[잠깐묵상] 엘가나와 한나의 심정으로
사무엘상 2장
“엘리의 아들들은 행실이 나빠 여호와를 알지 못하더라”(삼상 2:12)
엘리 제사장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사람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을 중간에서 갈취했습니다. 보통은 보는 눈이 없을 때 슬쩍하는 것이 도둑질의 관례입니다. 그러나 홉니와 비느하스는 얼마나 대범한지 제사 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사람을 시켜 고기를 훔쳤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여호와께서는 육회를 좋아하신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제사를 드리기도 전에 사람들에게서 고기를 빼앗았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목사가 교회 입구에서 성도들의 주머니를 턴 것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성막에서 봉사하는 여인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 소문이 온 이스라엘에 파다했습니다. 성막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이가 없었습니다. 한나라고 몰랐을까요? 엘가나라고 몰랐을까요?
사람들이 그걸 알고도 실로에 있는 여호와의 회막에 예배를 드리러 나왔습니다. 인간 같지도 않은 제사장이 여호와의 제사를 멸시하는 죄를 종합세트로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기에 예배를 드리러 나왔다는 것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요약하고 있는 사무엘상 1장 3절이 참 묘합니다. “이 사람이 매년 자기 성읍에서 나와서 실로에 올라가서 만군의 여호와께 예배하며 제사를 드렸는데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가 여호와의 제사장으로 거기에 있었더라”(삼상 1:3)
홉니와 비느하스가 그러고 있을 때, 엘가나가 ‘만군의 여호와 앞’에 나아가 예배를 드렸다는 것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엘리의 두 아들을 보면 눈알이 뒤집히고 속에 천불이 나지만 하나님 한 분 바라보고 그 앞에 와서 엎드렸던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그때 그 시절에 있었습니다. 엘가나도, 한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거기서부터 역사를 다시 쓰기로 작정하셨습니다. 그 열매가 사무엘입니다.
오늘날도 엘가나와 한나의 심정으로 만군의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많은 성도들이 있습니다. 성도의 그 순전한 마음을 하나님이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우리는 알기 어려운 문제의 실마리를 하나님이 직접 풀어가고 계시다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