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승자 없는 싸움
사사기 20장
“이스라엘 자손이 일어나 벧엘에 올라가서 하나님께 여쭈어 이르되 우리 중에 누가 먼저 올라가서 베냐민 자손과 싸우리이까 하니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유다가 먼저 갈지니라 하시니라”(삿 20:18)
이스라엘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전쟁일까요? 내전입니다. 내전을 치르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가나안 족속과 싸우기 위해 가나안 땅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싸워야할 적과는 싸우지 않고, 싸우지 말아야할 동족을 향해 칼을 겨누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사기 20장 18절은 사사기 1장 1절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여호수아가 죽은 후에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여쭈어 이르되 우리 가운데 누가 먼저 올라가서 가나안 족속과 싸우리이까”(삿 1:1)
‘누가 먼저 가나안 족속과 싸울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가 ‘누가 먼저 베냐민 지파와 싸울까?’라는 질문으로 변질되었습니다. 방향을 잃은 것입니다. 초점을 잃은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들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신 뜻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 왜 분쟁과 갈등이 있을까요? 교회 본연의 소명을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지 않으니까 서로 싸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린도 교회 이야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죄와 싸우지 않은 교회가 어떻게 서로 싸우는지 고린도전서에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까?
부부가 왜 서로 싸울까요?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할 전투에 해이해지니까 같은 편을 적으로 착각하고 죽도록 싸우는 것입니다. 내가 십자가에 못박히지 않으면 상대방을 십자가에 못박으려 하는 게 인간입니다.
정치권의 싸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모두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인데 모두가 힘을 합쳐 싸우고 있다는 것은 서로의 본심이 문제 해결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제스처를 취했을 때 돌아오는 모종의 이익에 마음이 빼앗겨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전과 내분에 승자는 없습니다. 패자만 남는 싸움이 내분입니다. 그걸 깨닫지 못하는 이스라엘에게 주신 하나님의 답은 “한번 싸워보라”였습니다. 우리에게 주시는 답은 무엇일까요? 그렇게 한번 싸워봤던 그들의 이야기가 기록된 성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