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의 시선]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마음은 사소한 것에게 노크해 심정을 드러낸다. 썰물과 밀물이 밀고 당기면서 파문의 파도를 일으킨다. 의지와 욕망은 물결 위에 올라 타 노를 젓는다. 명료한 묘사보다 암시와 은유로 사람 사는 풍경을 그려 보려는 클레어 키건.
반나절이면 거뜬하게 읽도록 덜고 뺀 압축 문체. 상찬 받을 아일랜드 레트로 감수성.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나갈 문장들.
내심 마음의 연기가 새어나갈까봐 꾹꾹 누르며 새긴 글들. 새벽 안개 스러지며 남쪽 바다 아침, 윤슬이 말을 거는 작품이다. 곧 아일랜드 풍광의 영화로도 다가온다. 2024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 킬리언 머피 주연
이 짧은 소설은 차라리 시였고, 언어의 구조는 눈 결정처럼 섬세했다. 클레어 키건은 무수한 의미를 압축해 언어의 표면 안으로 감추고 말할 듯 말 듯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고 미묘하게 암시한다. 클레어 키건의 조용한 글이 낮은 소리로 들려준다. 춥고 어두운 겨울밤에 따스한 슬픔의 불빛이 켜진다. < 번역자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