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원 칼럼] 3류정치·반기업 정서·규제 천국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부터 구매력(PPP) 평가 기준 1인당 GDP는 이미 일본을 앞섰다고 한다. 우선 박수를 보낸다. 3류 정치, 반기업 정서, 규제 천국의 환경에서 기업가가 이룬 성과는 놀랄만하다. 정치가가 내부 모순을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서로 남 탓하면서 지지고 볶는 사이 기업인은 한눈을 팔지 않고 외부로 눈을 돌려 이룬 성과다.”(본문 가운데)


수레를 아무리 이어도 기차 안 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부터 구매력(PPP) 평가 기준 1인당 GDP는 이미 일본을 앞섰다고 한다. 우선 박수를 보낸다. 3류 정치, 반기업 정서, 규제 천국의 환경에서 기업가가 이룬 성과는 놀랄만하다.

정치가가 내부 모순을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서로 남 탓하면서 지지고 볶는 사이 기업인은 한눈을 팔지 않고 외부로 눈을 돌려 이룬 성과다. 정치가 중에 공대생과 이공계생은 거의 없다. 그러니 맨날 비본질적인 문제로 싸우는 게 아닌가 한다.

청동이 없어서 청동기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며, 철이 없어서 철기 대가 끝난 것이 아니며, 쟁기가 없어서 농경시대가 끝난 것도 아니다. 패러다임 즉 본질이 바뀐 거다.

우선 노동의 본질이 확 바뀌어, 자신의 근육으로 노동하던 시대가 농경시대라면 무생물인 기계로 노동하는 시대가 산업혁명 시기다. 이제는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시대로 바뀌려 한다. 그러면 노동생산성이 몇십 배에서 심지어 수천 배로 향상되어 빈부가 요동을 치고 새로운 계층이 탄생된다. 이것이 발생되지 않으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뀐 것이 아니다.

두 번째 본질은 전쟁 양상이 확 바뀌어 활과 창, 기마병의 전투가 주류를 이룬 것이 농경시대라면 탱크와 군함, 전투기의 전쟁이 산업혁명 시대다. 자율 미사일에 스텔스 구축함과 무인 AI 폭격기로 전투하는 시대가 미래 전쟁이다.

전쟁 양상이 달라지면 국경선이 변한다. 지배 민족과 피지배 민족으로, 학살하는 군대와 학살당하는 군대로 바뀐다. 이것이 발생하지 않으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뀐 것이 아니다.

마지막 본질은 인간성의 변화다. 인간은 오랜 수렵채집 시기와 잠깐의 농경시대를 거치면서 본능적으로 전원생활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전원생활을 포기하는 대신 돼지우리 같은 도시의 길을 택했다. 드디어 인류가 천형(天刑)처럼 생각했던 가난에서 탈출하고 ‘맬서스 함정’에서 벗어났다. 인구가 증가해도 부가 줄지 않은 기이한 현상, 수확체증법칙으로 말이다.

AI시대 인간성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벌써 긴장되는가? 아이들 방에 가보면 슈퍼컴 수준의 컴퓨터에 군사용 작전상황실로 써도 될 만큼 큼지막한 화면에, 바로 공연장으로 써도 될 만큼 빵빵한 음향이 나온다.

궁금하면 클릭 한 번으로 해결되는데 구태여 책 읽을 필요도 없다. 누구를 만난다고? 왜, 골치 아프게 “저저, 저는요.” 하면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불편함은 감수하면서 데이트를 할까? 징징대는 데이트 상대를 어떻게 달래준다고? 바로 맨붕 온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벌써 시작된 거다. 껍데기는 같은 호모사피엔스나 알맹이가 완전 다른 별종 호모사피엔스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천자문>에 이런 말이 있다. 제70구 ‘綺回漢惠(기회한혜), 說感武丁(열감무정)’, “기리계(綺里季)는 (진시황 태자) 혜(惠)의 폐위를 돌려놓았고, 부열(傅說)은 (상나라 왕) 무정(武丁)의 꿈에 나타나 기쁨을 주었다.” 말인즉 “전쟁의 본질을 놓치지 말라. 속이는 도(道)이다. 한번 승리한 방법은 다시는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일본을 앞섰다고 우쭐하지 않는다. 왜냐?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이 만만찮아서 그런 거다. 우리는 저출산 저성장 시대를 막 시작했고 일본은 저출산 저성장 시대를 막 끝낼 참이다.

위기는 기회다. 위기일 때 혁신할 수 있다. 내부가 아니라 외부로 방향을 돌릴 때 폭발했던 우리 역사를 한번쯤 돌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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