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원의 시선] 4.10총선 D-30, 누굴 뽑을까?
“큰 나라의 다스림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
한 나라의 우두머리를 예전에는 ‘임금’이라 하고 오늘날에는 ‘대통령’이라 한다. 임금 혹은 대통령이라 불리는 이 사람의 통치술을 중국에서는 ‘제왕학’이라 하고 미국에서는 ‘대통령 리더십’이라 부르며 세상에서 가장 많이 기록되고 가장 많이 연구한다.
이와 더불어 조선도 ‘실록’이라는 이름으로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같은 법질서 아래 같은 정치와 경제 위에서 단 한 사람만 바뀌었는데도 어떤 임금은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반면교사를, 어떤 임금은 잘된 의사결정으로 성공사례가 되었다.
왜 그럴까?
차라리 역대 임금의 통치술과 현대 대통령의 리더십을 몽땅 AI한테 학습시켜 나라를 맡긴다면 최소한 평균 이상의 통치는 되지 않았을까?
“큰 나라의 다스림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治大國 若烹小鮮) (<노자> 제60장)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 요리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 노자 생존 당시의 작은 생선은 어떻게 구웠을까?
다산 남민우 회장의 분석이다. “큰 생선은 나무에 꿰서 불 위에서 살살 돌려가며 세심하게 굽고, 작은 생선은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꿰서 불가에 꽂아놓고 잘 익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가시 많은 생선을 구울 때 이리저리 자주 뒤집으면 생선 살은 떨어져 나가 없어지고 가시만 잔뜩 남는다.
노자는 “리더는 모름지기 국가의 방향성이나 큰 전략만 다루고 세세한 전술이나 행동지침은 현장 전문가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한다.
마치 생선 구울 때처럼 불에서 너무 다가가면 불에 타고, 불에서 너무 멀어지면 덜 익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절한 거리에 지그시 놓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개입하는 것을 통치의 도로 보았다.
마치 성군(聖君)이란 “규정을 적절히 넘나드는 관료에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임금이다. 언제나 제도는 현실에 끌려 뒤따라온다. 늘 현실과 맞지 않은 규정에 억울함도 생기지만 더 큰 낭패는 앞서가려는 능력자의 발목을 잡는 일이다.
그나마 조선 왕조 제왕학의 표본으로 불리는 정조의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의 리더십이 약팽소선을 표현한 듯하다.
“그의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 취하며, 선한 점은 드러내고 나쁜 점은 숨겨 주고, 잘한 것은 안착시키고 잘못한 것은 뒷전으로 하며, 규모가 큰 자는 진출시키고 협소한 자는 포용하고, 재주보다는 뜻을 더 중히 여겨 양단(兩端)을 잡고 거기에서 중(中)을 택했다.”
그러하다. 만백성의 능력 합이 평균보다 못한 나라는 쇠락하고, 평균인 나라는 현상 유지하고, 평균보다 더 많으면 발전하고, 총합보다 더 많으면 급격히 상승한다. 더불어 변화가 적은 시대의 통치는 잘하건 못하건 도긴개긴이지만, 변화의 폭이 큰 시대의 통치는 작은 실수에도 나라가 휘청일 정도로 중대하다.
하물며 아무런 변화가 없는 시대에서 새로운 방향을 만드는 이는 성군 중 성군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이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