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1년 365일, 8750시간…차분히, 후회없이

출애굽기 13장</stron

“이레 동안 무교병을 먹고 일곱째 날에는 여호와께 절기를 지키라“(출 13:6)

만약에 모든 기억을 잃고 단 몇 가지만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떤 기억을 간직하시겠습니까? 사실 우리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기억은 잃어버리고 삽니다. 작년 365일, 8750시간을 모조리 기억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작년 한 해의 기억 조각을 전부 이어 붙인다 한들 800시간에도 한참 못미칠 것입니다.

기억이라는 것 자체가 선택적이고 부분적입니다. 그래서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순간에 펜을 들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기록되지 않은 기억은 변성과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현재를 느끼는 온도가 달라집니다. 미래에 대한 질감이 달라집니다. 추억을 안고 사는 사람과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습니까?

이집트 430년의 노예 생활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만한 기억입니다. 그러나 트라우마가 추억으로 바뀌는 사건이 생겼는데, 그것이 바로 구원입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나님은 이제 막 출애굽한 사람들에게 중요한 한 가지를 요청하십니다.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구원을 기억하고 은혜를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그 기억이 광야를 걸어갈 힘이 될 것이고, 미래에 대한 소망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원을 기억하기 위해 그들은 매년 절기를 지켰습니다. 무교절을 지키고 무교병을 구워먹었습니다. 무교절 예식을 거행할 때면 마치 그 때의 구원 현장에 서있는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무교병 굽는 냄새를 맡고 맛을 볼 때면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났을 것입니다.

나는 구원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습니까? 은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습니까? 그것을 기억하라고 주신 자리가 기도의 자리입니다. 구원 받은 감격을 회상하고 은혜 받으며 흘린 눈물을 떠올려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기도는 반드시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향해 나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구원 기억이 희미해지면 하나님 나라와 의가 막연해집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기억을 너머 기록이 필요합니다. 기록되지 않은 기억은 기억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나의 무교절은 무엇이고 나의 무교병은 무엇입니까?

80여 년 전 부국원에 있던 괘종시계 <사진=수원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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