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빈 방 있습니까?

“사람도 그런 멋진 존재로 지음을 받았기에 나를 나로만 가득 채우려는 것만큼 숨막히는 일도 없습니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이 없다는 노래 가사처럼 나를 나로 가득 채우면 그 분의 쉴 곳 뿐만 아니라 나의 쉴 곳도 잃어버리는 것이 우리입니다.”


요한복음 8장

“나도 너희가 아브라함의 자손인 줄 아노라 그러나 내 말이 너희 안에 있을 곳이 없으므로 나를 죽이려 하는도다”(요 8:37)

여백이 그윽한 한 폭의 동양화, 행간이 넉넉한 시인의 기록, 바람이 숭숭 통하는 제주의 돌담… 이런 것들이 아름답고 멋있는 이유는 자신만으로 자기 스스로를 꽉 채우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스스로 완벽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모자람을 채워줄 타자他者를 기다리는 상태가 참 멋이 있습니다. 창조주가 우주에 부여한 멋입니다.

사람도 그런 멋진 존재로 지음을 받았기에 나를 나로만 가득 채우려는 것만큼 숨막히는 일도 없습니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이 없다는 노래 가사처럼 나를 나로 가득 채우면 그 분의 쉴 곳 뿐만 아니라 나의 쉴 곳도 잃어버리는 것이 우리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창 2:7)

하나님은 사람 속에 빈 공간을 확보하시면서 사람을 완성하셨습니다. 숨 쉬는 것은 비어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 빈 곳이 성령으로 채워질 때 인간은 비로소 생령이 됩니다.

“내 말이 너희 안에 있을 곳이 없으므로”
“You have no room for my word.”(NIV)

사람이 만들어낸 교리의 치밀함이 하나님의 자리를 빼앗고, 빈틈 없는 율법이 사람들의 숨통을 옥죄는 현실 속에 예수님은 여백을 마련하러 이 땅에 오셨습니다. 쪼그라든 우리의 폐에 숨을 불어 넣으신 것입니다.

“그들을 향하사 숨을 내쉬며 이르시되 성령을 받으라”(요 20:22)

말씀을 읽는다는 것은 말씀을 내면화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존재의 내부에 하나님이 거하실 공간을 마련하고 하나님이 불어넣으시는 숨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그리고는 그 분께서 호흡처럼 우리 안에 마음껏 출입하시도록 주도권을 내어드리는 일이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나를 나로 가득 채우지 않고, 말씀이신 하나님이 내 안에 거하시도록 빈 방을 내어드리며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으로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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