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예수님에게 오리발을 내밀다

유다는 끝까지 마음을 내밀지 않습니다. 주님이 씻어 주고 싶으셨던 건 그저 발만이 아니었을 텐데요. 다른 마음을 먹은 유다는 오리발을 내밀고는 결국 예수님을 팔고 맙니다. <이미지 제자들 발을 씻기시는 예수>


요한복음 13장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이에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를 시작하여”(요 13:4-5)

유월절 식사를 마치신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하나하나 씻어주십니다. 자신의 더러운 발에 닿는 스승의 손길이 제자들에게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각자 느끼는 바가 다 똑같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자리에는 가룟 유다도 있었습니다. 배신할 사람, 아니 이미 배신을 결정하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가룟 유다의 발도 예수님은 씻겨주셨습니다. 자신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마음만큼이나 더러운 발을 정성스레 씻으시는 예수님을 가룟 유다는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았을까요?

물로 대강 헹구는 것이 아니라면 한 사람의 두 발을 모두 씻는데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 동안 예수님도 아무 말씀이 없으시고, 가룟 유다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만약 유다가 그 자리에서 베드로처럼 무슨 말이라도 했었다면 자신의 마음을 돌려놓는 한 마디를 듣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베드로는 가만히 있지 않아서 예수님으로부터 자주 지적 받았습니다. 하지만 베드로가 가만히 있었다면 자기 체면은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주님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을 겁니다. 유다도 가만히 있지 말고 무슨 말이라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유다는 끝까지 자신의 속내를 들키려하지 않습니다.

주님 앞에서 말 실수란 없습니다. 오히려 말 없는 것이 가장 큰 실수입니다. 이미 다 알고 계시는 주님 앞에서 맘을 들키지 않으려 말을 하지 않는 것만큼 큰 실수가 어디 있을까요? 우리 발이 더러운 게 당연하듯 우리 마음이 깨끗하지 못한 건 당연합니다. 발을 내밀 때 마음도 함께 내밀어야 합니다. 더럽다고 가리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유다는 끝까지 마음을 내밀지 않습니다. 주님이 씻어 주고 싶으셨던 건 그저 발만이 아니었을 텐데요. 다른 마음을 먹은 유다는 오리발을 내밀고는 결국 예수님을 팔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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