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산책] 4.10총선 불출마선언 ‘무대’ 김무성의 정문일침

김무성  전 의원이 명세재포럼(상임대표 정용상) 주최 추계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최영훈>


가락종친회장 취임석상 불출마선언 후 첫 강연

막가파 정치판 바로잡을 원로의 정문일침

무대는 <수호지>에 나오는 만두 장사다. 바람끼 대명사 반금련 남편으로 어질고 못났다. 김무성에게 ‘무대’ 별칭이 왜 붙었을까? 여당대표도 지내고 박근혜를 권좌에 올렸는데…‘무성대장’의 약자다. 조직의 대가가 바로 김무성이다. “어릴 때 민주화투쟁을 하다 어쩌다보니 정치권까지 휩쓸려왔다”는 게 정치 투신의 변.

‘좌파가 좀 모자란(?) 사람’ 취급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게 그의 업보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 무거운 업보를 갚기 위해서라면 사즉생 자세로 나라 살리기에 헌신해야 할 거다. 당시 정책은 유승민 의원, 그외 모든 건 무대 몫이었다. 공주를 떠받든 아부꾼들 농간과 이간으로 둘은 갈라섰다. 김무성이 거친 입을 놀린 것을 부풀려 박근혜에게 전했다.

그 바람에 박근혜, 김무성 두 사람은 남남이 됐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박근혜 탄핵은 역사에 없었을 거다. 청와대의 내시들이 작당을 한 것이다. 검찰 출신 비서들이 헌법재판소를 오판했다. 정보를 오독해 “국회에서 탄핵안을 통과시켜본들…” 운운해 박근혜의 눈과 귀를 가렸다.

헌재가 기각할 것으로 굳게 믿고, 보고했다. ‘혼군’ 문재인 탄생으로 연결돼 나라와 정치권을 대혼란으로 만든 결정타가 됐다. 무대는 명세재포럼(상임대표 정용상) 주최 추계포럼의 강연자였다. 무대가 ‘무대체질’의 약자인 듯, 김무성은 노련했다. 목소리가 높거나 우악스럽지 않다. 원래 대장이나 두목은 목소리가 나지막하다. 마피아 두목뿐만 아니라, 우리네 조폭 두목도 결코 목소리가 높지 않다. 밑에 아그들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 비결이다. 목소리만 들어보면 두목이나 대장급인지 안다.

김무성 전 국회의원

무성대장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소리를 깔아냈다. 한 인터넷 언론이 마이크를 들이댔다. 그러자 바로 “고마 해라”며 밀쳐냈다. 포럼 사무총장이 약력을 읽어내려 갔다. 온갖 상 받은 것을 다 얘기했다. 그때도 “그만하면 됐다”고 손사래를 쳤다.

무대는 눈치를 잘 안 보고, 현장을 잘 이용한다. “나는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에서 했다”고 했다. 정치판을 오염시킨 배지들 상당수는 “깊은 고뇌나 철학 없이 특권 누리려고 배지를 달았다”고 단칼에 베었다.

앞서 “여러분, ‘대한민국 정치’ 얘기를…” 하더니 바로 다음에 내뱉은 사자후가 바로 이것이다. “정치가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 그때 무성대장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갔다.

김무성은 “잘못한 일이 많다”고 반성부터 했다. 그냥 공치사로 한 게 아니었다. 무엇을 잘못 했는지 케이스를 들어 자성했다.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의 부탁 때문이었단다. 그가 불모지대인 전북에서 출마해 당선해야겠다며 원내대표였던 무대에게 찾아왔다. “대표님, 두가지만 꼭 들어주시면 반드시 당선을…”

새만금청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이었다. 그 둘을 공약해 반드시 당선하겠다고 기염을 토한 거다. 정운천은 MB정부 때 광화문 네거리로 나갔다. 그리고 시위대에게 개 끌리듯 목덜미를 잡혔다. 용기가 없으면, 못 할 일이었다. 그런 호연지기가 있는 정운천의 부탁이라 무대가 들어줬다.

“새만금청 신설이야 그렇다 치고…국민연금 이전은 정말 잘못된 일입니다.” 600조를 굴리는 기금운용본부는 하루 24시간 전세계 금융정보를 분석해 투자를 한다. 최고의 금융투자 브레인들이 모인 곳이다. 그 브레인들이 서울을 떠나 전주로 가려하겠는가? 지금 그 기관은 정원 80%만 채운 채 인력부족 상태다.

무대는 앞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앞에 반성하겠다 했다. “기금운용본부 서울 재이전을 촉구하겠다”는 맹세도 했다. 오랜만에 무대를 보는 자리라서, 강연 시작 30분 전에 갔다. 무대도 일찍 와 강연 전 한동안 담소를 나눴다. 무대 선친 고 김용주 선생 약전을 들었다. 훌륭한 불세출의 기업가요 교육자, 정치인이었다.

무대는 자성에 이은 여의도 정치 비판을 잠시 하다가 평산거사 문재인 비판으로 이어갔다. 통계조작의 원흉이자 테이프를 끊은 홍장표를 언급했다. 그때 나는 슬쩍 일어서다 무대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서 눈인사를 하니…”동아일보 국장을 지낸 최 국장 더 듣지 않고 어디를 가나!” 불호령 하듯, 쩌렁쩌렁 고함이다.

말빨 세워줘야 해 그냥 도로 앉았다. 무대는 경남중, 중동고, 한양대를 나와 정치했다. 필자와는 경남중고 동문 사이라 연이 깊다. 5분 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주는 척하다 나왔다.

홍장표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한 자다. 무대는 문 정권 비판에 앞서 “여기 경제학 전공하신 분 계신가요?”라고 했다. 홍장표가 전공을 무엇을 했는지를 아무도 몰랐다. 자문자답 하고는, 통계조작에 관해 날을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문학적 지식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좌파경제 정책밖에 더 나오겠습니까? 말이 아니라 마차가 말을 끄는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제대로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경제 통계를 조작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초저출산 문제 해결에 신경 쓰라고 충고했다. “초저출산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합계 출산율이라는 용어 아시죠? 일본이 세계 제일 저출산 국가로 출산율이 제일 낮을 때가 1.21이었습니다.”

부부가 두명이니 자식을 둘 낳아야 인구가 줄지 않는다. 일본이 제일 낮을 때 그렇게까지 내려갔다. 지금은 정책 지원으로 1.29까지 올렸다. “우리는 작년에 0.73이었다는 거 아닙니까? 우리 대한민국, 소멸의 길로 지금 가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 뿐만 아니라 노인은 건강이 좋아가지고 노인인구는 급격히 늘어나고, 그 바람에 복지예산 부담도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이 와중에 문통은 헬리콥터로 돈 뿌리듯 했다. 무대는 윤석열 정부가 긴축재정 하는 것을 칭찬했다. “윤석열 정부는 정신이 바로 박혀 있기 때문에 긴축예산을 지금 편성하고 있습니다.” 무대는 강연 중 윤통에게 두어번 애정을 표했다.

“국민한테 굉장히 인기 없는 그런 정책이 거든요. 그런 옳은 길을 지금 가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정기 국회에서 그런 것을 심의하고 의결해야 하는데 민생 실종이라고 했다.

이재명의 체포안 가결과 민주당의 분열로 여의도 정치는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일 잘하는 한덕수 총리 해임결의안 같은 짓을 왜 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민생이 실종한 ‘블랙홀 국회’라고 일침을 놓았다.

문통의 부동산 정책에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노무현 정권 때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던 사람이 누굽니까? 김수현입니다. 그때도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거든요. 그런데 문재인 정권 들어 그 실패한 김수현을 데려다 부동산 정책을 다시 주도하게 만들었습니다.”

부동산 정책을 망친 또다른 1명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소환됐다. “부동산 관련 수치가 나쁘게 나오니까 김현미 장관이 통계청과 부동산원에다 이렇게 안하면 조직과 예산 다 날려버리겠다.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언론에 다 보도되고 있지 않습니까?”

건설 분야의 문제와 비리에 관해서도 정곡을 찔렀다. “건설업 하시는 분 계세요? 2년 전에 아파트 건설비가 평당 370만원 하던 것이 지금 얼마인 줄 아십니까? 52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의 겁박 때문에 공사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레미콘 서로 납품하려고 민노총과 한노총이 달려들고, 서로 싸우는 통에 건설회사들은 비용이 높아져 죽을 지경입니다.” 김무성은 “이것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질타했다.

무대는 입이 거친 편이다. 스스로도 한 인터넷 언론사가 중계방송을 위해 촬영하는 것을 보고 한마디 했다. “나는 말이 거칠지만 시사포커스는 내가 잘 아는 꼬붕이 오너니 편집을 해줄 겁니다.”

강연 도중, 내가 이석하기 전에도 *자가 몇번 나왔다. 거친 한마디를 고자질한 내시들 이간질로 박근혜와 무대는 결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는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평산거사 같은 이가 권좌에 올라 국정을 파탄시켰다. 아무튼 무대가 뱉은 말을 거두고 정치를 할지 참 궁금하다. 강연 전, 담소를 하다 막판에 “부끄럽지만 말을 뒤집고 정치를 다시 하면 돕겠다”는 진반농반도 했다.

정치는 생물이다. 늘 꿈틀거리니까. 무대가 정치를 하든 말든, 쓴 소리는 계속 하길 빈다.

김무성 전 의원 <사진 최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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