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투아웃’, 한동훈 역전 드라마 쓸까?

정치 9단 DJ가 설파한 리더십의 양면을 되새겨야 한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 말이다. 한동훈에게 결여된 건 후자, ‘상인의 현실감각’일지 모른다. 비대위원장으로 국민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국힘과 대한민국 정치를 바꿔나가기를 기대한다. 길을 만들어야,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보고 걸어간다. 그래서 ‘길없는 길’이 만들어진다.(본문 중에서) 


태풍이 지나간 뒤 뒤집어진 바다 생태계는 건강해진다

한동훈 비대위가 거친 바다를 향해 닻을 올린다. 한동훈 장관은 21일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에 윤재옥 원내대표를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고 오후에는 청사에서 이임식을 열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9회말 투아웃, 절체절명의 여당이 ‘영 라이트’의 아이콘을 리더로 세웠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그랬듯이 총선 역전 드라마를 쓸 건가? ‘메기’ 인요한이 못다 이룬 혁신과 세대교체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평론가들은 하나 같이 ‘모 아니면 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들 기대반 걱정반이다. 정치신인으로 선거를 경험해보지 못한 초심자 리더십이라서다. 그러나 초심자라서 오히려 정치교체의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반윤’ 정서의 극대화로 여권이 처한 위기는 결코 녹록치 않다. 늘 위기는 기회와 썀쌍둥이처럼, 동전의 양면으로 붙어 있다. 한동훈 비대위가 인요한 혁신위 바통을 이어받아 완주하면 말이다. 쇄신과 세대교체를 이뤄내면 역전드라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시대정신에 귀를 기울여야 웰빙 여당의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 비상한 시기에는 늘 비상한 각오와 대응만이 간절하다. 비대위원장은 만능키 중 하나인 공천권을 갖고 있다. 인물교체, 세대교체로 정치 생태계를 갈아엎을 수 있다는 거다.

당내에는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치고 불협화음도 커질 것이다. 그러나 태풍이 지나간 뒤 바다의 생태계는 오히려 건강해진다. 정치권에 진 빚이 없는 한동훈표 혁신에 기대를 거는 사람도 많다.
인요한표 친윤·영남권 중진 용퇴의 ‘주류 희생’ 카드를 한동훈이 다시 꺼내면 반발과 내홍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안전하게 지는 길보다는 모든 것을 걸고 쇄신쪽으로 갈 것이다.

‘길없는 길’, 한동훈이 앞장서 돌팔매 맞을 각오로 길을 낼 거다. 여당 쇄신으로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나라 명운이 밝아진다. 한동훈의 정치 운명도 거기에 달려있다.

2027년 3월 3일, 차기 구도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강력할 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여권 부동의 1위를 이미 차지하고 있다. 비대위를 잘 이끌어 총선 승리 시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선다. ‘윤석열 아바타’에서 벗어나 ‘영 라이트’ 이미지를 굳히게 될 거다. 국힘은 이미 한차례 젊은 리더십의 실험을 한 바 있다. 엘리트일수록 ‘겸손한 정치’를 해야 한다. 똑똑한 데도 국민 앞에, 거짓이 아니라 진정으로 고개를 숙여야 한다.

국민은 쇼가 아닌 ‘겸손감천’을 가려낸다. 대구 방문 때, 몰려든 지지자들의 셀카 요청에 기차 탑승을 3시간 늦춘 바 있다. 비대위원장 행보를 할 때 정치력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을 거다. 특히 MZ과 여성층에 패셔니스타 한동훈의 감성이 먹힐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와 행정은 결도 차원도 확연하게 다르다. 행정은 법과 상식을 갖고 그저 뚜벅뚜벅 집행하면 된다. 그러나 정치는 이해관계의 조정, 문제의 해결이 요체다. 때로 협상과 거래도 하는, 때로 알면서 속아주는 것도 필요하다.

정치 9단 DJ가 설파한 리더십의 양면을 되새겨야 한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 말이다.

한동훈에게 결여된 건 후자, ‘상인의 현실감각’일지 모른다. 비대위원장으로 국민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국힘과 대한민국 정치를 바꿔나가기를 기대한다. 길을 만들어야,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보고 걸어간다. 그래서 ‘길없는 길’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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