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근 칼럼] “의로운 종이 많은 사람을 의롭게 하며…”
‘예언의 꽃’이라 불리는 이사야서에는 네 개의 ‘고난받는 종의 노래'(Songs of the Suffering Servant)가 기록돼 있다. 북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앗수르가 남유다까지 쳐들어와 예루살렘 성을 공격하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구원의 메시아를 기다리는 선지자 이사야는 놀랍게도 고난받는 종의 노래를 부른다?. 구원자 메시야가 고난의 종이라니, 선뜻 이해되지 않는 예언이다.
첫 번째 종의 노래는 온유하고 인자하며 정의를 세우는 수난의 종 메시아를 찬미한다. “내가 붙드는 나의 종, 내 마음에 기뻐하는 자 곧 내가 택한 사람을 보라. 그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며,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라.”(이사야 42:1~3)
?그리고 둘째 노래가 이어진다. “사람에게 멸시를 당하는 자, 백성들의 미움을 받는 자, 관원들의 종이 된 자에게 왕들이 보고 일어서며 고관들이 경배하리라…그가 잡힌 자에게 이르기를 ‘나오라’ 하며, 흑암에 있는 자에게 ‘나타나라’ 하리라.”(이사야 49:1~9) 이 노래는 멸시와 천대를 받는 수난의 종이 이스라엘에 제2의 출애굽을 가져올 것이라는 자유의 선포다.
세 번째 종의 노래는 고통 가운데서도 묵묵히 인내하는 고난의 종이 마침내 승리하리라는 확신을 강조한다. “나를 때리는 자들에게 내 등을 맡기며, 내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내 뺨을 맡기며, 모욕과 침 뱉음을 당하여도 내 얼굴을 가리지 아니하였느니라. 나를 의롭다 하시는 이가 가까이 계시니, 나와 다툴 자가 누구냐?”(이사야 50:6~8)
?예언자는 드디어 마지막 종의 노래를 부른다. 메시아의 수난을 노래한 예언의 백미(白眉)다.
“그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으며, 멸시를 받아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간고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疾苦)를 아는 자라.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이사야 53:2~6)
?오늘날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폭염, 지진과 화산폭발, 세계 곳곳의 전쟁과 내란이 지구촌을 괴롭히는 가운데, 북한의 가공할 핵포탄이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 유능한 정치가나 경륜가 또는 군사적 영웅이 기다려지는 위기다.
그렇지만 이사야 선지자는 이스라엘의 구원이 위대한 정치가나 경륜가나 군사적 천재가 아니라 고난받는 종을 통해 성취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꿈 같은 예언, 현실감 없는 소원, 그러나 확신에 찬 소망이다.
?그 소망을 신뢰하는 예언자의 후예(後裔)들은 고난받는 종을 대망(待望)하는 꿈과 함께, 그 스스로 죄와 불의에서 돌이켜 고난의 종이 짊어진 구원의 길에 동참하는 의로운 삶의 자리에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종의 노래는 이어진다. “나의 의로운 종이 많은 사람을 의롭게 하며, 그들의 죄악을 친히 담당하리로다.”(이사야 5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