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물꽃의 전설’…90대 상군해녀와 30대 막내해녀의 운명적 만남

몰꽃의 전설 포스터

[아시아엔=김건일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전 <한라일보> 발행인, 제주문화방송 전 보도국장]  “훈훈하고 애연하며 무엇보다 숨막히게 아름답다.” 영화 <물꽃의 전설> 팜플렛의 소개말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훈훈하면서도 슬펐고, 숨막히도록 아름다움이 차고 넘쳤다. 고희영 감독의 작품이 대체로 그렇다. <물숨>때도 그랬다.

영화는 전설이 돼버린 물꽃 때문에 가슴이 먹먹했다. 모든 것을 내어주던 제주바다, 96살 해녀 현순직 할머니는 부모보다 더 고마운 바다라 했다. 그런 제주바다가 중병을 앓고 있다.

현순직 할머니가 젊었을 때 보았던 물꽃, 성산읍 삼달리 앞바다, 들물여에 신비롭게 피어났던 물꽃은 이제 다시 볼 수 없다. 비밀의 화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설이 돼 버린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애연하다.

온난화와 같은 기후위기 탓이기도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의 폐해를 고희영 감독은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제주바다가 품었던 풍부한 해산물이 사라졌다. 해녀들은 날이 갈수록 가난해지고 있다. 잊혀지고 소멸위기에 처한 제줏말도 살리고 싶은 안타까움이 장면마다 묻어났다.

많은 생각이 떠 올랐다. 제 2공항이나 후쿠시마의 오염수 방류도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리를 어지럽혔다. 환경의 문제는 이제 바로 우리들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따지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바다를 겪은 90대 상군해녀와 30대 막내해녀의 운명적인 만남은 제주바다의 과거와 미래를 서슴없이 보여준다.
과거에는 있었고, 지금은 점점 없어지고 있으며, 미래는 그 자체가 없다고 말이다.

몰꽃의 전설 포스터

이 영화를 제주 도민 모두가, 그게 어렵다면 제주도의 공무원과 도의원들이라도 꼭 한번 감상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중병을 앓고 있는 제주바다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백번의 세미나나 토론회보다 이 한편의 영화가 그 절실함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물꽃의 전설> 개봉 첫날, 서귀포 롯데시네마 1관은 빈자리가 없는 만석이었다. 제주의 미래를 고민하는 서귀포 여성들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이다.

이 영화의 제주 개봉을 이끌어 낸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의 모습이 아름답고 빛났다. 반짝이는 페친들도 몇분 보였다. 마음이 든든하다. 다만 제주에선 8월 31일까지만 상영한다는 게 너무 아쉽다. 한 며칠 더 연장할 방법은 없을까?

고희영 감독의 작업은 언제나 아름답고 숭고하다. 밀물같은 감동으로 한결같이 응원할 것이다.

영화 제목에 나오는 ‘물꽃’은 ‘밤수지맨드라미’의 다른 이름으로 제주 앞 바다에 서식해왔으나 멸종위기 식물로 꼽히고 있다.

One comment

  1. 감동이었습니다
    2016년 부터 6년동안 살아 계셨고
    지금도
    물꽃을 그리며 그 바다를 안고
    인고의 한 세월을 이겨오신
    고래상군의 87년의 흔적

    그리고
    그 외딴 물길을 걸어 가는
    애기 해녀의 현실
    바다 환경을
    적나라하게 담아 주신
    감독 선생님
    모두가 감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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