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시, 바보의사 안수현을 기억한다
그가 그립다. 의사 안수현,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환자들에게는 친절한 의사였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로 전국의 의사들이 파업했을 때, 그는 병원에 홀로 남아 환자들을 돌봤다. 환자들을 두고 병원을 떠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 밤을 지새우고, 하루 한 끼 식사할 틈도 없이 격무에 시달렸다. 힘이 들고 지쳤을 거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소명을 생각하는 의사였다.
돌보던 환자들의 병실을 찾아가 조용히 기도하던 의사, 환자가 별세하면 장례식장에 찾아가 유족을 위로하던 의사였다.
그는 선물을 주는 의사였다. 암 투병 환자에게는 찬송가 테이프를,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는 책을 선물했다. 병원에 근무하는 동료 의사, 간호사, 물리 치료사, 방사선 기사, 구두 닦는 아저씨와 매점 아주머니에게도 겸손하고 따듯한 선물을 나누었다.
돈이 없어 쩔쩔매는 조선족 할아버지의 검사 비용을 대신 내주고, 백혈병이 걸린 소녀의 집까지 찾아가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고 한다.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청년을 자기 차에 태워 콘서트장에 동행하는 깜짝 선물을 하기도 했고, 집에만 누워있는 어린 환자를 찾아가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그런 그가 군의관으로 입대한 후에는 병사들의 친구로 지냈다. 군의관 신분상 유격훈련 등을 하지 않아도 됐지만 병사들과 함께 행군하고 그들과 어울렸다. 군 복무하던 중 유행성 출혈열에 감염되었다. 사람들은 하나님이 그를 당연히 살려 주실 줄 알았다. 그러나 주변의 간절함도 아랑곳 없었다.
2006년 1월 5일, 그 청년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33세. 아주 짧은 삶이었다. 4000명이 넘는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그에게 선물 받은 사람, 그의 삶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은 <그 청년, 바보 의사>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오늘 다시, 의사 안수현을 기억한다. 그리고 먼 훗날 우리가 기억할 의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