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국의 유라시아②] 11개 시차 가진 러시아 지나 유럽으로
지난 5월16일부터 통산 6번째 유라시아대륙 횡단에 나선 김현국 탐험가의 장정이 8월24일로 100일을 맞았습니다. 김현국 탐험가는 23일 자신이 달려온 여정과 감상, 그리고 비전을 <아시아엔>에 보내왔습니다. <아시아엔>은 김현국 탐험가와 주고받은 글들을 바탕으로 ‘김현국의 유라시아’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 당부드립니다. <편집자>
러시아와 라트비아의 국경으로부터 80Km 거리에 푸스토시카 마을이 있다. 푸스토시카는 작은 마을이지만 모스크바에서 벨라루스로 연결되는 M1도로와 모스크바에서 라트비아로 연결되는 M9도로 그리고 모스크바에서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연결되는 М10을 연결해주는 지선도로가 있는 분기점이다.
모스크바에서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연결해주는 도로는 M10과 M11이다. 이 두 도로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평행선을 이루며 두 도시 사이의 정체구간을 분산시켜주고 있다.
M10은 ‘로시야’, M11은 유료도로로 ‘네바’라는 이름을 각각 가지고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나라는 에스토니아와 핀란드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에스토니아를 연결해주는 국경은 일반적으로 두개 정도 알려져 있다.
에스토니아 나르바를 통해 유럽으로 입국할 수 있는 길과 주로 트럭운전사들이 이용하는 러시아 수밀키노 국경이 있다.
2010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를 연결하는 러시아 횡단 고속도로가 완공되었다. 물론 이것은 전구간이 포장도로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019년 나는 다섯번째 유라시아 대륙횡단에 나섰다. 그리고 2013년 이후 10년만에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고속도로의 포장률이 100%에 가까워진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시베리아의 열악한 기후환경과 여러 이유들로 도로 파손율이 높고 구간 구간에서 도로공사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러시아에서 화물트럭운전사를 달리나보이시키(дальнобойщики)라고 부른다. ‘달리’라는 어간에는 “멀리간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2010년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러시아 연방도로가 완공되면서 차량 이동량이 증가하고, 도로의 포장률이 높아지면서 대형 화물차량의 이동거리는 10년만에 3,000Km에서 1만Km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러시아 국경을 넘어 만나게 되는 유럽은 그야말로 뼈대를 이루는 간선도로와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는 지선들이 서로 촘촘한 거미줄 망을 이루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길의 주인공은 대형화물 트럭운전사들이다.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경쟁력있는 현지의 길 안내 어플과 현장에서 반복된 경험을 통해 습득한 자신의 감각, 그리고 SNS를 통한 운전자들끼리의 실시간 소통을 통해 이들은 가장 적절한 환경을 가진 길들을 찾아낸다. 물론 국경을 넘는 일도 마찬가지다.
벨라루스와 라트비아 그리고 에스토니아 국경을 연결해주는 분기점이 되는 작은 마을, 푸스토시카 입구 구멍가게에서 만난 블라드.
아이스크림을 건네는 내게 먹으면 몸이 퍼진다며 적당히 나와 있는 자신의 배를 가르키며 거절한다.
그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가볍게 주고 받다가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의 매력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이어지는 러시아에서의 나의 긍정적 체험을 듣고 그는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서방세계와의 충돌로 인해 많은 나라가 갖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인해 그도 개인적으로 상처받고 있다고 했다.
그가 내게 받은 감동은 자신만의 길 정보를 나에게 오픈하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라트비아 국경이 아닌 에스토니아 국경이었다.
라트비아 국경에서 불과 191Km 북쪽에 트럭운전사들이 애용하는 에스토니아 국경이 있다는 것이었다.
트럭운전사들은 길 위에서의 시간이 돈이다. 그들에게 간소한 절차가 이루어지는 국경은 역시 돈이다.
이렇게 라트비아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방향을 바꾸어 러시아 푸스토시카에서 북쪽으로 191Km 거리에 있는 수밀키노를 통해 8월 21일 에스토니아로 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