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국의 유라시아①] 횡단 100일, 러시아의 재발견
지난 5월16일부터 통산 6번째 유라시아대륙 횡단에 나선 김현국 탐험가의 장정이 8월24일로 100일을 맞았습니다. 김현국 탐험가는 23일 자신이 달려온 여정과 감상, 그리고 비전을 <아시아엔>에 보내왔습니다. <아시아엔>은 김현국 탐험가와 주고받은 글들을 바탕으로 ‘김현국의 유라시아’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 당부드립니다. <편집자>
우리의 아이들이 아빠 차를 타고 바이칼 호수에서 낚시를 하고 우리의 청년들이 시베리아를 횡단해서 발트해에서 윈드 서핑을 하고 우리의 어른들이 유라시아 북극권에서 오로라를 보고 오고…생각만 해도 시원하지 않습니까?
통일이 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지금 당장 가능합니다. 현재는 디지털 기반의 세계화 시대입니다. 이것은 디지털 유목민의 활성화를 의미합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 폰을 휴대하고 일상에서의 이동수단으로 국경을 넘어 이동하면서 지구를 캔버스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은 인구 45억 이상의 거대 시장이자 지원의 보고로서 지구촌의 시선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좁은 국토, 빈약한 자원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고 성공적인 민주화의 봄을 이루어냈습니다. 현재는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OECD 회원국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기까지라고 말합니다. 여전히 남과 북이 분단된 환경으로 인해 제한된 공간 400Km에서 이루어지는 더 이상의 성장은 한계라는 것입니다. 대안은 어디에 있을까요!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반도국가로서의 지정학적인 조건이 그 대안입니다.
저는 한반도로부터 확장된 공간으로서 유라시아 대륙횡단 도로에 대한 자료를 반복적으로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2023년, 여섯번째로 이루어지는 유라시아 대륙횡단(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의 보편적인 메시지는 ‘길’이 가지는 보편적 연결성 곧 ‘평화’입니다.
특히 남과 북이 분단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길’ 또는 ‘길의 연결’은 ‘평화’를 의미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유라시아 마실가기”입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지금 당장 우리 일상에서의 이동수단을 사용해서 한반도로부터 확장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3년 8월 23일,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로 달려가는 중에 자그마한 도시 ‘시굴다’에서 인터넷을 언제 어디서나 연결할 수 있는 대용량 데이터를 구입하고 타이어 정비를 마쳤습니다. 스마트 폰 하나와 카드 한장 그리고 998cc 캐스퍼 자동차 한대로 바이칼호수와 시베리아를 거쳐 발트해까지 일상의 확장을 확인해봅니다.
8월 20일 러시아와 에스토니아를 연결하는 E77번 도로를 타고 국경을 넘었습니다. 8월 23일 현재 E77번, 같은 도로를 따라 라트비아의 리가를 향해 이동하고 있는 중입니다. 라트비아의 리가나 에스토니아의 탈린 모두 발트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는 라트비아 리가에서 리투아니아의 제2도시인 카우나스를 거쳐 수발키 회랑(Suwalki Gap)를 통과해서 폴란드에 들어가게 됩니다.
수발키 회랑은 러시아의 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 사이 65Km 구간을 의미합니다. 나토 회원국으로서 폴란드와 발트 3국을 연결하기도 합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볼 때 모두에게 중요한 곳입니다. 바르샤바에서 베를린을 거쳐 로테르담에 도착하게 됩니다. 로테르담의 “뉴욕”호텔이 이번 여정에서도 최종 목적지가 됩니다. 이후 다시 러시아로 입국, 시베리아를 횡단해서 블라디보스톡을 향해 달리게 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러시아라는 나라를 너무 모른다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선입견 또한 안타까움입니다. 유라시아 대륙은 13개의 시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쪽의 캄차카에서 서쪽의 칼리닌그라드까지 러시아에만 11개의 시차가 있습니다.
러시아라는 나라가 유라시아 대륙에서 180개 이상의 민족과 11개 시차를 가진 영토를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 키워드는 “관용”입니다. “관용”은 대륙의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혀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2023년 8월 23일 라트비아 시굴다에서 탐험가 김현국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