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헐크 이만수의 롱런 견인차는 ‘포에버22’
8월 26일(토) ‘포에버22’ 회원들과 만나기 위해 인천에서 대구로 내려갔다. 포에버22 회원들과 함께 한 시간이 17년째다. 전국에서 회원들이 시간 내 대구까지 왔다.
작년부터 포에버22 회장을 맡은 최석현님이 동대구역까지 마중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애란 전 회장은 대학시절부터 했으니 35년 가까이 된다. 총무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정신지 왕언니와 어린 시절부터 아빠 손 잡고 대구시민야구장 구경 왔던 최선행 의사는 7살에서 지금은 어엿한 의사가 돼 라오스야구팀 주치의로 활동한다.
7살 난 하루도 1년만에 다시 만났다. 작년 볼에 뽀뽀해준 기억이 난다. “이만수 감독님” 하는 게 얼마나 반갑고 귀엽던지.., 김진광 회원은 부산에서 강력계 형사로 날리던 유명 경찰이다. 포에버22 창단 멤버인 그의 어린 자녀들은 공무원과 회사원으로 변해 있다.
나의 미국생활, 팬들로 인해 잘 견디어 낼 수 있었다. 라오스와 베트남, 그리고 곧 있을 캄보디아 야구전파도 팬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포에버22 내 인생철학인 “Never 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 어디를 가든 응원해 주는 팬들은 이렇게 외치곤 했다. “만수~ 바보, 만수~ 바보~ ” 수많은 관중이 일사불란하게 박자를 잘 맞추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현역 시절에는 “만수~ 바보” 외침이 그렇게 싫었다. 그런데 현장을 떠나 시간이 흘러 이제는 “만수~ 바보”라는 외침이 그렇게 정겹고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는 모양이다.
50년 동안 야구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생활한 나로서는 회원들과 팬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도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40년 넘게 이렇게 깊고 따뜻한 인연으로 뭉치게 한 힘은 어디서 온 것인지, 감사할 따름이다.
조준우 회원의 말에 나는 콧등이 시큰거린다. “감독님이 야구만 잘 했다면 지금까지 이런 모임은 오래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감독님은 지금까지 변함없이 야구를 사랑하고 늘 저희들에게 모범을 보여 주셨기 때문에 우리들이 만사 제쳐두고 이 모임을 갖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총무 정신지 선생은 “저희들끼리 모임 더 많이 가지면서 좋은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사실 이 말이 맞는 말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족보다 더 친근하고 형제처럼 지내는 포에버22 회원들은 나에게 어떤 보상이나 보답을 원하지 않을 뿐더러 오로지 헌신과 봉사로 지금까지 함께 했다. 대단한 명예가 뒤따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정신지 총무 남편은 나보다 한살 어린 멋진 사나이다. 모임 때마다 가장 먼저 나오면서 동생들을 챙긴다. 나는 이미 손자가 생겨 할아버지이지만 곧 있으면 회원들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실 분들이 많다. 세월 무상을 자주 느낀다.
포에버22 회원들은 오랜 우정을 쌓아온 분들이 많아 1년에 5~6번 만나 캠핑도 가고 섬으로도 놀러 가곤 한다. 야구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하나 되어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며 지낼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