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야구칼럼] ‘나비효과’…라오스,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헐크파운데이션 스탭과 심판진의 동남아 야구사랑
국내외 재능기부와 인도차이나반도에 야구를 보급한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시작할 때만 해도 불가능처럼 보였던 일들이 어느새 1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60대 후반을 바라보지만 언제나 청춘처럼 젊은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소리 지르며 함께 운동하고 있다. 라오스와 베트남 그리고 곧 있을 캄보디아에도 젊은 선수들처럼 소리 지르면서 같이 활발하게 할 생각이다. 벌써부터 흥분돼 마음이 들떠있다.
이번에 캄보디아 야구 보급이 가능한 것은 헐크재단의 최홍준 부장 힘이 가장 컸다. 최홍준 부장은 꾸준하게 캄보디아로 가 야구와 함께 심판진을 보급시켰다. 중요한 경기가 있으면 만사 제쳐두고 캄보디아로 날라갔다.
헐크파운데이션 스탭들 중에 아마추어 심판 자격증을 갖고 있는 분이 두명이 있다. 그중에서도 조경원 단장은 아마추어 심판위원장을 오래 했던 분이라 전국에 후배 심판들이 많다. 거기다가 최홍준 부장도 뛰어난 영어 실력으로 해외로 자주 다니면서 심판 봉사를 하고 있다. 조경원 단장과 최홍준 부장이 투합해서 캄보디아에 심판아카데미를 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을 먼저 캄보디아야구협회(CBSF) 다라(Dara)회장과 미국인 앤드류 감독에게 알렸더니 캄보디아에 들어와 심판아카데미를 열어 달라는 것이다. 캄보디아야구협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이 일을 위해 협조하겠다고 한다.
이번에 캄보디아로 가 심판아카데미와 야구교실을 하게 되면 앞으로 주기적으로 캄보디아로 국가대표 선수와 일반 선수를 대상으로 야구를 가르칠 예정이다.
앞으로도 헐크파운데이션 스탭들은 인도차이나반도 전 나라에 야구를 보급시키도록 헌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그들의 야구사랑과 노고에 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포수 출신인 나는 스포츠 경기 중에 심판과 근접한 거리에서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경우는 포수와 주심이 유일하다고 본다. 서로의 숨소리도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볼 판정에 대한 무언의 대결까지 하는 셈이다. 어찌 보면 포수와 심판은 가깝고도 먼 사이다.
현역시절을 돌아보면 경기 전에 제일 먼저 오늘 주심이 누구인지를 물어 본 기억이 난다. 그날 주심의 성향에 따라 당일 경기의 볼 배합 운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심판의 성격이나 성향 그리고 그 심판이 선호하는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야구 일지에 일일히 심판항목을 메모해 놓았다. 그 자료가 은퇴할 때까지 쌓였다.
이렇듯 심판 역할의 중요성을 알기에 나름의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몇몇 분들과 지금까지 유대관계를 갖고 지낸다. 이로 인해 야구 불모지인 동남아시아 라오스라는 나라에 2013년 라오J브라더스 야구단을 창단하고부터 지금까지 가장 먼저 헌신적으로 재능기부 하고 봉사한 분들이 심판들이다.
지난 7월말 제1회 베트남 내셔널컵 야구대회에서도 자기 일처럼 11명의 심판진들이 자비로 호치민까지 가 전 게임을 다 소화해 줬다.
심판아카데미에서도 심판진들의 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라오스와 베트남에 심판아카데미 프로젝트다. 야구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심판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지금도 한국의 심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아직 헐크파운데이션 재단이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국제대회 때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들은 언제나 자기 일처럼 기쁜 마음으로 도움을 주고 또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의 헌신과 봉사가 합쳐져 라오스와 베트남 야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 인도차이나반도의 많은 나라에 야구를 보급하기 위해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라오스에서 시작된 작은 날개짓이 지금 베트남에서 큰 폭풍을 만들어 내고 있다. 라오스에서 야구 규정집을 만들어 낸 것부터 대회 진행까지 많은 이들의 노력이 컸다. 그 날개짓이 베트남에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나는 그 현장에서 나비효과가 불러운 세찬 바람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헐크 이만수의 강력한 힘이 아니라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더해져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들이 실제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더 강력한 폭풍이 되어 인도차이나반도에 야구 광풍이 큰 한류의 물줄기로 이어질 것임을 나는 직감한다. 나는 야구인의 숙명 같은 의무로 그들에게 한국야구와 문화를 심어주는 날개짓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