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내가 좋아하는 나팔꽃’ 박상설

나팔꽃

내가 좋아하는 나팔꽃
후미진 곳에 소박하게 피어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고
보아주지 않아도 좋은
야생의 나팔꽃

가식 없고 바보같은
연한 색이 좋다

나는 나팔꽃과 함께 일어나 
밤늦게까지 책을 끼고
요모조모 세상을 산책한다

작열하는 햇살도 아랑곳 않고
바람 따라 제몸 흔들어대는
길모퉁이 나팔꽃

이슬 내리는 적막한 밤을
좋아하는 나팔꽃

나도, 이대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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