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샘골 ‘석별의 봄눈’이 소환한 시 몇편

아흔살 청춘 박상설(93)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가 2일 아침 사진 넉장을 보내왔습니다. 5월 첫날 강원도 홍천군 내면 샘골 오대산 600고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박 전문기자는 “봄은 가버렸는데 다시 시샘하며 찾아든 눈 세상”이라고 했습니다. <아시아엔>은 그가 촬영한 사진에 시를 붙여 소개합니다. <편집자>

남기려고 하지 말 것

인생은 남기려
한다고 해서
남겨지는 게 아니다

남기려고 하면 오히려
그 남기려는 것 때문에
일그러진 욕망이 된다                    <윤수천 ‘인생이란’ 한 대목>

살다가 보면 문득
안부가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비켜간 사람
다 읽지도 못하고 접어버린 신문처럼
그 마음을 다 읽지도 못하고 접어버린 인연…  <김경훈 ”살다가 문득’ 일부>

꼼장어 한 마리
양념해 구워놓고
산다는 건
사랑한다는 거야!
석굴 하나 번개탄에 얹으면서
아, 나도 옛날엔
별을 줍고 살았지
요즈음은 뼈가
자라지 않아! <김수우 ‘포장마차의 봄’ 일부>


내 짐 속에는
다른 사람의 짐이
절반이다
다른 사람의 짐을
지고 가지 않으면
결코 내 짐마저
지고 갈 수 없다
길을 떠날 때마다
다른 사람의 짐은
멀리 던져버려도
어느새 다른
사람의 짐이
내가 짊어지고
가는 짐의
절반 이상이다
풀잎이 이슬을
무거워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내 짐이 아침이슬이길
간절히 바랐으나
이슬에도
햇살의 무게가
절반 이상이다                                       <정호승 ‘짐’ 전문>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