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황홀한 황혼’ 철원 와수리 2박3일

박상설 전문기자가 가을꽃 사이에 파묻혀 있다. 

[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내가 사는 양주에도 추석 전야에서 새벽을 지나 오늘 이른 아침까지 천둥과 함께 비바람이 몰아쳤다. 한가위를 앞두고 수십년째 계속 해온 2박3일 텐트 야영을 마치고 어젯밤 귀가하니 날씨가 돌변한 것이다.

올해는 철원 서면 와수리에서 비박을 했다. 양주 집에서 1시간 30분 남짓, 예년과 달리 올해는 나보다 마흔살 가까이 연하인 사람들과 동행했다. 올해 내 나이 아흔넷, 갈수록 시력과 체력이 떨어지는 게 실감 난다. 눈이 침침해 사진 촬영은 거의 포기하지 않을 수 없다. 촛점이 잘 맞춰지지 않는다. 아직은 걷는데 불편하지 않지만, 내년 후년은 어떨지 자신할 수 없다.

시력이 떨어져 사진촬영마저 쉽지 않다. 올해 추석 비박 중 박상설 전문기자가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철원 벌판엔 벌써 벼베기가 끝나 황량한 느낌마저 든다. 나는 늘 그렇듯, 시집과 수필집 그리고 철학서적과 인문학 서적 4-5권을 배낭에 넣고, 하늘과 구름과 바람을 벗삼아 읽었다. 이번엔 김태영 닥터의 시집과, <아인슈타인의 자유로운 상상>, <관습과 인습에서 탈출한 토크쇼>, <행동하는 인문학> 등을 들고 갔다.

박상설 전문기자 일행

맛집 찾는 여행은 딱 질색인 나한테 이곳 와수리에서 반겨주는 식당이 있다. 꿩냉면을 파는 ‘평남면옥’이다. 6.25 무렵 월남한 부모가 처음 열어 지금은 아들 며느리에게 물려준 이 집 냉면과 수육은 가성비 최고의 일품이다. 그래 봐야 두끼 매식買食, 나머지는 준비해간 누룽지 등으로 끓여서 간단히 해결한다.

박상설 전문기자(오른쪽)와 철원 와수리에 동행한 일행.  박 전문기자 손에 책이 들려있다.

사실, 이 글은 애초 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쪽 눈은 오래 전부터, 나머지 눈도 희미하게 사물이 구분될 정도여서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침 일찍 <아시아엔> 이상기 발행인이 추석인사 전화를 해와 “다녀오셨으면 글로 남기셔야죠” 한다. 모처럼 용기를 낸다.

이번 2박3일 비박 동안 내가 찍은 사진은 단 한 장뿐, 나머지는 동행자들이 찍어줬다.

넉달 뒤 다가올 2022년 설날, 그리고 내년 추석에 하늘은 아흔다섯 내게 비박을 더 허락하실까? 

박상설 전문기자가 이번 추석 비박 여행중 읽은 <아인슈타인의 자유로운 상상>. 그는 “여행 중 삼겹살 굽는 대신 인문학 서적, 수필집 한권 읽는 게 몸과 맘이 모두 건강하고 늙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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