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만해실천대상 ‘더프라미스’ 이사장 묘장 스님
[아시아엔=김한수 <조선일보> 종교전문기자] “부처님의 탄생게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은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 구절, ‘삼계개고(三界皆苦) 아당안지(我當安之)’ 즉 ‘세상이 모두 고통이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하게 하리라’라는 부처님의 ‘약속’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그 약속을 실천하려 합니다.”
올해 만해실천대상을 받은 불교 국제구호NGO ‘더 프라미스’(이사장 묘장 스님)는 ‘불교계 119′다. 출동 범위는 전 세계다. 2008년 설립 당시부터 서구의 ‘적십자’와 이슬람권의 ‘적신월’처럼 불교계를 대표하는 구호 기구를 목표로 했다. 활동 폭을 넓히기 위해 종교색이 덜한 영어 이름을 택했다.
시작은 이사장 묘장(52) 스님이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경불련) 이사로서 2006년 네팔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현장에서 도울 일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보니 40가지가 넘었다. 새로운 단체가 필요했다.
2008년 은사인 직지사 법등 스님을 이사장으로 모시고 정식 출범했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부터 동일본 대지진(2011), 네팔 대지진(2015), 우크라이나 전쟁(2022),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2023)까지 재난이 터지면 달려갔다. 국내에서도 포항 지진(2017), 동해안 산불(2022), 강릉 산불(2023) 등에 출동했다.
더프라미스는 국내외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비상금’(국내 1000만원, 해외 3000만원)을 들고 선발대가 바로 출발한다. 현장에서 이재민들의 요구 사항을 듣고 우선순위를 정해 가장 시급한 일부터 돕는다.
뉴스에서 재난은 대개 태풍의 기압, 지진의 강도(强度) 등 숫자로 전달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그 숫자가 생사를 갈라놓는다. 강진(强震)은 진동이 아닌 소리로 먼저 온다는 것도 현장에서 배웠다. 묘장 스님은 “때론 ‘이렇게 죽나?’ 싶은 순간도 많았다”면서도 “저는 딸린 식구도 없기 때문에 그냥 현장으로 달려간다”며 웃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노하우’도 늘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이웃을 돕는다’는 원칙도 그렇게 생겼다. 재난 현장에서 ‘사각지대’를 메꾸는 것도 더프라미스의 몫이다. 튀르키예 대지진 때는 내전 중인 시리아 난민,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흑인 난민이 그랬다. 상대적 소수자인 그들에겐 구호의 손길이 덜 미쳤다.
더프라미스는 2017년 만해평화대상 수상 단체인 시리아의 ‘하얀 헬멧’과 연대해 시리아 이재민을 지원했다. 전쟁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떠난 흑인 피란민을 돕는 단체도 지원했다. 여러 재난을 겪었지만 묘장 스님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마음 아팠다고 했다. “피란민을 독일에서 만났는데 ‘사람 표정이 이렇게 어두울 수 있나’ 싶었다. 난민 가운데 전쟁 난민의 고통이 가장 컸다.”
묘장 스님은 “앞으로는 ‘기후 재난’이 많이 발생할 것 같다”며 “언제든 죽음 앞에 선 사람들 곁으로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