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만해평화대상 ‘세이브 우크라이나’ “러에 납치된 아이들, 어제도 5명 구출”

2023만해대상 시상식이 12일 강원 인제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렸다. 수상자와 주요 내빈이 기념촬영했다. 왼쪽부터 권영민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 이사장, 이근배 전 예술원 회장, 이양수 국회의원, ‘세이브 우크라이나’ 미콜라 쿨레바 대표(평화대상), 김동호 이사장(문예대상), 김진태 강원도지사,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더프라미스’ 이사장 묘장 스님(실천대상), 최상기 인제군수, 천양희 시인(문예대상), 곽병은 원장(실천대상), 윤재웅 동국대 총장.

[아시아엔=김한수 <조선일보> 선임기자] 2023만해대상 시상식이 12일 오후 강원 인제군 인제읍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만해대상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 러시아에 납치된 어린이를 구출하는 단체 ‘세이브 우크라이나’(평화부문) △강원 원주에서 어려운 이웃을 돌봐온 곽병은 밝음의원 원장·불교 국제구호NGO ‘더 프라미스’(이상 실천부문) △천양희 시인·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이상 문예부문)이 상을 받았다.

만해대상은 만해(萬海) 한용운(1879~1944) 선생의 삶과 사상을 기리기 위해 1997년 신흥사 조실(祖室) 설악 무산(霧山·1932~2018) 스님이 제정했다. 올해까지 27회를 거듭하며 국적과 인종,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25개국 140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만해대상 수상자 가운데에는 넬슨 만델라, 달라이 라마, 시린 에바디, 월레 소잉카, 모옌 등 역대 노벨상 수상자도 다수 포함됐다.

만해대상은 2012년부터는 ‘평화’ ‘실천’ ‘문예’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하고 있다. 만해대상은 강원특별자치도·인제군·동국대·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와 조선일보사가 주최한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법어를 통해 “올해 만해대상 수상자들의 삶은 평화와 화해, 이웃에 대한 자비와 인류애를 실천하는 모범적인 가치로 빛나고 있다”며 “만해 선사의 평화와 생명 정신을 이 시대 삶의 좌표로 삼아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평화대상을 받은 ‘세이브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 러시아에 납치된 어린이와 청소년을 가족의 품으로 귀환시키는 일을 하는 단체다. 쿨레바 대표는 수상 소감을 통해 “전쟁 전 우크라이나에는 700만명의 어린이가 있었는데,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모든 연령대 어린이 중 60%가 집을 떠나야 했고, 그중 20%는 러시아 점령지에 있거나 러시아연방으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임무는 전쟁에서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을 구출해 전쟁 지역에서 벗어나게 하고 우크라이나와 인류, 문명, 세계를 위한 투쟁에서 정의로운 승리를 거두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쿨레바 대표는 또 “우리는 아이들이 가족들과 안전하게 우크라이나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만해대상을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우리가 함께 공동의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쿨레바 대표는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지난 7월 중순 조선일보와 인터뷰할 때까지만 해도 123명을 구했는데 그 사이 20여명이 추가돼 총 150명이 넘는 아이를 구출했다”며 “어제(11일)도 5명을 구출했다”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는 “구출한 인원 중엔 엄마와 어린이가 있는데, 엄마는 러시아 군인들에게 성폭행과 폭행을 당해 전신마비 상태에 빠지고 남편은 자살한 경우도 있었다”며 한국 국민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문예대상 수상자 천양희 시인은 “수상 통보를 받고 언젠가 본 등대를 떠올렸다”고 했다. 천 시인은 “우뚝 서서 뱃길을 비추던 등대는 성자(聖者)처럼 보였다”며 “그 등대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정신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만해 시인의 그칠 줄 모르고 타는 푸른 정신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를 위한 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시를 쓰겠다. 한 편은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다른 한 편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한 편은 우리를 외면한 사람들을 위해 바치겠다”고 말했다.

문예대상 수상자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8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 큰 상을 받게 되면서 나머지 짧은 인생을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새로운 과제와 고민을 안게 됐다”며 “만해 한용운 선생의 정신과 위업을 항상 반추하며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인지, 한국의 문화예술과 영화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길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 지사, 최상기 인제군수, 이양수 국회의원, 윤재웅 동국대 총장, 권영민 설악-무산사상실천선양회 이사장과 조선일보사 강천석 고문 등이 참석했다.

만해대상과 만해축전을 만든 무산 스님(1932~2018)과 생전에 각별한 인연을 맺은 용대리를 비롯한 인제군 주민들이 대거 참석해 600여 좌석을 가득 메웠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도 화환을 보내 수상자를 축하했다.

시상식에서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 지사는 “만해평화대상 수상이 우크라이나 평화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하루라도 빨리 평화가 찾아오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전통문화유산을 유지, 발전시키는 데 도의 행정력을 최대한 지원할 것이란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최상기 인제군수는 “수상자들이 평생 노력하고 이룩한 가치는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앞으로도 만해축전을 튼튼하게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군수는 또 백담사 계곡에 보행자 전용 나무덱을 설치한 것을 계기로 지난 11일 시행하려다 태풍 ‘카눈’ 때문에 전격 취소된 ‘만해의 길, 무산의 길-백담계곡 순례길 걷기’ 행사를 내년 만해축전 때에는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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