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2023만해실천대상 ‘더프라미스’ 묘장스님 수상소감

12일 오전 만해마을에서 김영관 시인, 묘장 스님, 정현식 재즈 피아니스트, 김성우 만해마을 원장(왼쪽부터)  <사진 이상기 기자> 

일제 강점기 시절 서슬 퍼렇던 감시의 그늘 속에서도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신심(信心)과 원력(願力)으로 정진하던 만해 스님의 뜻을 기리는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특히나 우리 단체에게 주는 상을 받게 되어 더 기쁩니다.

국제구호단체 더프라미스가 설립되어 일관되게 했던 일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습니다.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우리는 지진과 대홍수, 전쟁의 위험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험한 일이었지만,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제하겠다는 원력으로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 단원들은 부모님과 배우자, 가족들의 만류에도 대지진을 비롯한 재난이 발생하면 언제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오직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 단체의 지향과 단원들의 신념과 원력에 따른 거룩한 실천이었습니다.

묘장 스님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이상기 기자>

현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구호 활동과 함께 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구호단원들의 안전을 챙기는 것이었습니다. 활동을 하다 단원들이 고립되거나, 현지주민들이 위험한 행동을 해오거나, 또는 더 큰 지진이 와서 우리 스스로가 고립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에 주위의 정보와 현장의 상황들을 늘 주시하고 안전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극한의 공포 속에서 6.0 이상의 여진을 마주할 때면 ‘아! 이제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런 위험 속에 선 것은 고통 받는 재난에 처한 생명을 살리겠다는 마음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단체의 설립이념과 가치를 위한 활동이었지만, 이렇게 기대하지도 않았던 큰 상을 받게 되니 지금까지의 일들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받는 것 같아 더할 수 없이 기쁩니다.

더프라미스와 항상 함께 해주시는 이사진과 단원들, 후원회원, 실무자들과 같이 이 기쁜 마음을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노스님인 녹원 큰스님께서 입적하여 다비식을 하는 날, 찬바람이 입술을 파랗게 물들일 정도로 추웠던 날씨에도 다비식을 끝까지 지켜보시고 사리까지 수습하시던 설악무산 큰스님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오랜 수행의 인연이 떠나가던 마지막을 지켜보셨던 설악무산 큰스님! 국제구호단체 더프라미스의 활동도 맑고 고요한 그곳에서 항상 지켜봐 주시고 살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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