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조오현 스님, 홍사성 시인 곁에서 행복했던 시인 김병무
그제(8월 1일)가 김병무 형님의 생신인 줄 카카오톡을 통해 알게 됐다. 나는 이렇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병무 형님 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지껏 최선 다해 멋지게 살아내셨으니 앞날도 더 힘차고 보람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울러 내년 생신은 더욱 평강이 함께 하길 기원하고 응원합니다. 이날이 있기까지 낳고 키워주신 부모님 생각도 나시겠군요. 내년 생신까지 생각과 말의 격과 행동반경이 더 깊고, 더 높고, 보다 적확해지길 기도드립니다.”(하략)
그리고 꼭 하루 지나 이런 이미지가 내 폰에 떴다.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자] 故 김병무님이 별세하셨기에 부고를 전해드립니다.
12일 오후 인제내린천센터에서 열리는 만해상 시상식을 앞두고 하루 전날 오랜만에 만해마을에서 1박 하고 병무 형을 만나겠지 하는 기대가 이렇게 부고로 바뀌다니…매년 8월 12일 만해상 시상식장에서 어김없이 만나던 병무 형인데…
병무 형의 부음을 접하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형님이 이제 조오현 큰스님 곁으로 가는구나. 큰스님이 좋아하시겠지? 아니 그런데 너무 일찍 떠나는 것 아닌가?’
나는 잠시 형을 떠올린 뒤 시인 홍사성 형께 전화했다. “루게릭이 왔어. 한 1년 됐는데…”
필자 느낌으로는 홍사성과 김병무 두 형님이 오현 큰스님을 가장 가까이서 오랜 시간 동행했을 것 같다. 사려 깊은 홍사성 형은 큰스님 입적 후 낸 병무 형과 함께 <설악무산 그 흔적과 기억>을 펴냈다.
두 형님의 공저는 올초 나온 <설악무산의 방할>과 함께 두권이다. 병무 형이 돌아가지 않았다면 몇 권 더 공저로 나왔을 것이 분명하다.
병무 형은 <설악스님 그 흔적과 기억>에서 ‘사형 조오현 스님’을 이렇게 써내려 갔다.
지난해 겨울 결제일이었다. 밤 11시반쯤 된 것 같은데 갑자기 조실스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심우장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스님은 아주 맑은 얼굴을 하고 앉아 계셨다. 절을 하고 가만 있었더니 ‘요즘 사는 게 어떠냐’ ‘별일은 없느냐’고 일상적이고 자잘한 질문을 했다. 나는 ‘별일 없습니다’라고 단답형 대답을 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조실스님은 ‘그러면 됐다’고 하면서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라’고 했다. 나는 침구를 손보아드리고 옆방에서 코를 골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자 스님은 곧 무문관으로 들어간다면서 어서 가라고 했다. 나는 절 한 번 하고 나왔다. 스님 곁에서 잔 마지막 밤이었다.
조실스님과 이런저런 인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형님이 한 분 있다. 지난봄 조실스님을 영결하던 날 그 형님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객석에 ‘시자 김병무’라는 이름표를 달아놓고 거기에 앉으라 했다. 내가 은사스님과 조실스님 두 분을 모신 시자여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영결식이 끝나고 그 형님이 한참 하늘을 쳐다보더니 이런 질문을 했다. “언젠가 사형님이 조실로 추대되던 날 내가 너에게 ‘조실이 뭔지 알아?’ 하고 물었더랬지. 그러자 너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것이 조실이지요.’ 하고 대답했지. 오늘 이 영결식을 보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네.” 나는 영결식장에 걸린 조실스님 영정을 바라보며 지체 없이 또 이렇게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는 것이 조실이지요. 살아서는 사는 일을 마음대로 하고, 죽을 때는 죽는 일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 조실이지요. 우리 조실스님이 그런 분이지요.” 그러자 형님은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지난 3월 나온 <설악무산의 방할>은 김병무·홍사성 두 형님이 큰스님께 함께 바치는 마지막 책일 것 같다.
병중에 있는 병무 아우를 위해 사성 형은 혼신의 힘을 다해 두 몫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편역으로 책이 나왔다.
그런 형을 둔 병무 형이 무척 부럽다. 아마 병무 형은 저 세상에서도 사성 형을 무척 그리워 할 것 같다.
<설악무산의 방할> 마지막 페이지에는 엮은이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김병무/시인
강원도 삼척 출생. 2006년 <유심>으로 등단
도서출판 불교시대사 대표, 성준장학재단 이사장 역임
현재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 감사
홍사성/시인
강원도 강릉 출생, 2007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불교신문 주필, 불교방송 방송본부장 역임
현재 불교평론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