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 칼럼] 밴 플리트 장군 부자를 잊지 말아야 하는 까닭

11년 전의 일이다. 나는 2013년 7월 12일 알링턴 국립묘지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를 공식 방문하고 이어 밴 플리트 장군 부자의 묘소에도 헌화 참배하며 감사와 함께 명복을 빌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 의회 상하 양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밴 플리트 장군을 ‘한국군의 아버지’라고 부른 바 있다. 밴 플리트 장군은 미 8군사령관 재직(1951년 4월~1953년 3월) 중 대한민국 국방의 기틀을 튼튼히 다지고 육군사관학교 설립의 초석을 마련했다.

육사 교정에는 그의 동상이 있어 나는 생도 4년 동안 동상을 접하며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밴플리트 장군 부자

밴 플리트 장군의 아들 제임스 밴 플리트 주니어(지미, Jimmy)는 해외 근무를 한 직후라 다시 해외 근무를 할 의무가 없었지만 굳이 전쟁 중인 한국 전선을 택하여 자원했다.

한국 전출 명령을 받은 후에 어머니에게 보낸 지미의 편지에서 당시 한국전쟁에 참전한 젊은이의 사명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랑하는 어머니께

이 편지는 군인의 아내에게 바치는 편지입니다. 눈물이 이 편지를 적시지 않았으면 합니다만…저는 자원해서 전투비행 훈련을 받았습니다.

저는 전투 중에 B-26 폭격기를 조종할 것입니다. 저는 조종사이기 때문에 기수機首엔 폭격수, 옆에는 항법사, 후미에는 기관총 사수와 함께 있습니다. 우리는 야간비행을 할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싸우고 있으며 드디어 저의 미력한 힘이나마 보탤 시기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어머니 저를 위하여 기도하지 마십시오. 그 대신에 위급한 상황에서 자유 수호를 위해 국가로부터 소집된 저의 승무원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그들 중에는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아내를 둔 사람도 있고, 아직 가정을 이뤄본 적도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은 언제나 저의 의무입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아들 짐 올림

지미의 비행기는 1952년 4월 북한의 순천지역에서 야간폭격 임무수행 중 격추당해 실종되었다. 밴 플리트 대위는 그 후 2년 뒤 전사자로 공식 판정받았다.

부활절을 맞아 밴 플리트 대장(당시 8군사령관)이 한국전선에서 전사하거나 실종된 군인들의 가족들에 보낸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저는 모든 부모님들의 심정이 저의 심정과 같으리라고 믿습니다. 우리의 아들들은 최선을 다해 국가에 대한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이웃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놓는 사람보다 더 위대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 한국전 참전 기념비 동판에는 다음과 같은 비문이 새겨져 있다.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알링턴 국립묘지 공식참배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순간 느낀 나의 당시 소감은 이랬다.

‘국가의 부름으로 또는 자원해서 참전했던 미국 젊은이들은 전사자만 해도 54,246명으로, 당시 참전용사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보지도 못한 국민들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쳐 싸웠다. 그 중 미군 장성 아들들도 142명이 참전해서 35명이 전사했다. 그 정신들이 6.25 한국전쟁에서 다 꺼져가던 등불이었던 우리 대한민국의 운명을 구했다고 하는 사실이야말로 가슴 뭉클한 감동 자체다.’

나는 코로나 19 발생 이전 매년 미국 땅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를 찾아 나의 정성과 혼이 담긴 메달과 감사장 그리고 감사패를 전했다. 유무 형의 감사를 전할 수 있던 기회는 나의 일생일대 가장 귀하고 값진 체험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내게 이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깊이 감사드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은인들이 묻혀있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비문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 그 어느 누구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감격의 눈물을 결코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처칠은 영국 폭격기 조종사들을 추모하는 현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의 전쟁에 있어 이렇게 적은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빚진 적은 없었다.”(Never in the field of Human conflict was so much owed by so many to so f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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