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 칼럼] “‘신뢰와 정’이 조직관리·부대지휘의 기본”

필자(육사 21기)와 이 글에 등장하는 안병호(육사 20기) 전 수방사령관 재학 중이던 1960년대 육사 화랑의식


육사 1년 선배 안병호 장군과의 인연을 돌아보니…

나는 1961년 3월 육사 21기로 육군사관학교에 입교 후 1학년 생도로서 당시 같은 7중대 소속이었던 2학년 안병호 생도(수방사령관 역임)를 처음 만나 알게 되었다. 당시 2학년 생도들은 1학년 생도들에게는 내무생활을 비롯한 일상 교육면에서 가장 근접 상급자로서 긍정 내지 부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었다. 내 경우, 당시 육사 축구 대표선수로서 일상 내무생활면에서 크게 간섭받는 경우는 드물었고, 아울러 안병호 생도와의 개인적인 접촉기회는 없었지만 내심 상호 관찰기회는 충분히 있었다고 본다.

한편 내 나름 그로부터는 문학청년으로서 지성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었지만 후배들 대상으로 흔히 있었던 어떤 괴롭힘을 주는 일은 느낀 적이 없었다. 생도생활 당시 느꼈던 그에 대한 내 소감은, 한 마디로 그의 인성은 대관소찰(大觀小察)형으로, 외형과는 달리 내면적으로는 풍부한 정을 간직한 문학청년다운 성품으로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공사(公私) 간에 어떤 감정적인 괴롭힘을 행사했던 일은 없었다고 본다. 단지 눈이 커서 ‘눈딱부리 왕눈이’란 별명이 있었고 당시 화를 내면 무섭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내 경우만 해도 평소 잘 대해주었기에 생도 생활 기간 부정적인 감정은 물론 어려움은 전혀 없었으며 公과 私를 구분할 줄 아는 선배로 느꼈다.

군 생활 기간 중 선후배 간의 보직 인수인계 경우는 누구에게나 종종 있지만 나도 군 생활 기간 중 특히 중요보직을 이어받게 되는 깊은 인연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1983년 6월 연대장 보직, 두 번째는 1984년 12월 육본 인사통제실장 보직 그리고 1991년 12월 육본 인사참모부장 보직을 각각 인수받았던 흔치않은 깊은 인연이 있다. 필자가 3군사령부 장교보직 과장 임기만료 시 군사령관 최종결재로 내가 선택했던 30사단 92연대장 보직이 확정되었다.

연대장 취임 후 부대지휘하며 느꼈던바 전임 연대장 안병호 대령은 당시 공사간에 무엇보다 부대 관리가 깨끗했고 엄정한 가운데 조직 내 상하간 정과 신뢰관계의 기반 조성이 깊이 잘 형성되어 단결된 부대로 육성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어떤 변화 진동이 없이 그런 초석 위에 나도 내 건축물을 견고히 조성할 수 있었다. 내 경우, 후임 연대장으로서 평소 나의 부대지휘 관리의 근본 기조대로 어떤 변화가 필요 없이 공고히 이어갈 수 있어 참 좋았다.

군 생활 기간 선배들 모습에서 내가 일부 보고 경험했던 것은 통상 전임자 재직 시부터 진행되거나 이루어진 일들이 자신의 뜻과 다르다는 단순 견해차이란 이유만으로 긍정적인 수정 보완보다 일방적으로 전면 부정하면서 새로 조성하려는 모습이었다. 즉 발전 지향적이기보다는 내면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을 흔히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내 경우는 전임자와 소위 코드가 잘 맞았기에 오히려 전임자가 이룩해놓은 유무형의 든든한 기반 토대 위에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 낭비 없이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고 본다. 한마디로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건설적인 연속상영을 할 수 있었다.

연대장 보직을 마치고 안병호 장군의 후임 인사통제실장 보직을 명령 받아 근무했으며 86년 1월 1일부로 장군 진급을 했다. 그 후 7사단 부사단장, 육사 생도대장 그리고 국방장관 보좌관 재직 후 89년 6월1일부로 소장 진급과 함께 사단장으로 2년 임기를 마치고 2군단 부군단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안병호 장군 후임으로 육본 인사참모부장 보직을 명받았다. 특히 당시 참모총장님과는 군 생활 기간 직접 근무인연은 전혀 없었기에 인참부장 보직은 상상도 못 했었다.

이처럼 안병호 장군과는 군의 여러 중요보직을 인수인계 받았기에 내 나름 어떤 깊은 인연을 느꼈다. 나는 군 생활 기간을 통해서 통상 전후임 간에 소원해지는 관계를 많이 보고 듣고 느껴보았지만 반면, 내 경우는 군에서 중요보직의 인계인수를 통한 좋은 인연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장단점이 있다. 내 경우는 사람을 평가할 때 단점을 덮을 수 있는 뚜렷한 장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통상 우리의 삶 가운데 단점이 장점보다 더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누구에게나 단점을 덮을 수 있는 장점이 많이 있을 텐데 단점에 초점을 맞추고 평가하니 인재육성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내가 볼 때 안병호 장군은 하급자에 대해 ‘정과 신뢰’를 통한 개성존중과 사소한 단점보다는 큰 장점을 보기 때문에 특히 인재육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하였다고 단언할 수 있다. 또한 직언을 서슴지 않는 의사표현과 타고난 자기주장 습성은 자칫 오해 소지가 있겠지만 임자를 잘 만나면 큰 장점일 수 있다고 여겼다. 상대가 이해한다면 좋겠지만 자칫 잘못 오해한다면 해가 될 수도 있기에 한편 염려스런 내 혼자만의 생각을 갖기도 했다. 한편 내 경우도 군 생활 기간 중 내 개성을 인정 내지 이해 못하는 상급자 분들을 만났으면 치명적인 크나큰 어려움에 많이 직면했을 줄로 믿는다.

후배이며 후임자로서 내가 느껴온 바, 안병호 장군은 얼핏 겉과는 다르게, 근본적으로 약자에 대한 배려가 깊으며 하급자와 부하들에게는 내심 ‘신뢰와 정’을 베풀면서 조직관리 부대지휘에 임했음을 나는 잘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리사욕을 멀리하는 본성 그리고 나름의 국가관 역사관 사명감을 깊이 간직하고 행동실천하려는 기본자세를 전역한지 30년 다 된 지금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한마디로 ‘올바른 기본양식(基本良心)’을 간직하며 변질되지 않으려는 그의 기본자세(基本姿勢)를 나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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