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고해상도의 지혜

“2002년, 나라 전체가 월드컵으로 인해 축제와 흥분의 도가니였지만, 그 해 여름, 연평해전 전사자들의 가족은 비탄에 빠져 있었습니다.” 사진은 제2연평해전 때 남북 해군 함정 <연합뉴스>


잠언 14장

“웃을 때에도 마음에 슬픔이 있고 즐거움의 끝에도 근심이 있느니라”(잠 14:12-13)

항공기 승무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상냥함과 미소를 잃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미소를 유지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요? 승무원들의 미소에는 혹독한 훈련이 스며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집단은 아마 코미디언들일 것입니다. 그들이 만드는 무대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하지만 코미디언들이 자아내는 웃음 뒤에는 남모르는 피땀과 눈물이 서려있습니다.

2002년, 나라 전체가 월드컵으로 인해 축제와 흥분의 도가니였지만, 그 해 여름, 연평해전 전사자들의 가족은 비탄에 빠져 있었습니다.

기쁘기만 하거나 슬프기만 한 개인과 사회가 과연 존재할까요? 슬픔도 기쁨도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공존하기 어려운 것들이 의외로 중첩되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웃고 다니지만 웃음을 한꺼풀만 들추어 보면 거기에는 아픔과 슬픔의 흔적이 얼룩으로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기뻐서 웃을 때도 있지만 슬픔을 가리려고 웃을 때도 많습니다. 웃고 있는 누군가가 부러운 것도 속사정을 알기 전까지일 뿐입니다.

“웃어도 마음이 아플 때가 있고, 즐거워도 끝에 가서 슬플 때가 있다.”(잠 14:13, 새번역성경)

잠언의 지혜는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에 높은 해상도를 더합니다. 흑백TV를 보던 사람이 4K 화면을 보게 된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기쁨 속에서도 슬픔이라는 티가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 보면, 기쁘기만 한 기쁨이 드문 것 처럼 슬프기만 한 슬픔도 드물다는 것입니다. 슬픔도 슬픔만으로 채워져 있지 않습니다. 슬픔 속에 슬픔만 있지 않고 절망 속에 절망만 있지 않습니다. 밤하늘이 어두울수록 별빛이 더 반짝이듯 깊은 절망 중에도 반짝이는 소망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해상도를 제공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기뻐하는 와중에도 경박해지지 않고 슬퍼하는 가운데에서도 슬픔에 잠식당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것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지혜입니다. 하나님은 절망 중에도 소망이라는 디테일을 놓치지 않도록 우리의 눈을 열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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