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근본 있는 지혜 ?

“진주같은 고백 한 구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모래를 씹었겠습니까?”


잠언 1장
 

유머 모음집을 읽는다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애 서적을 열심히 탐독한다고 연애를 잘 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잠언을 좀 읽는다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잠언을 쓴 필자들은 다른 잠언록을 읽어서 지혜로워졌을까요?

잠언에 기록된 지혜는 그런 식으로 책상 위에서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잠언에 기록된 수 천 가지 내용을 깨닫기까지 얼마만큼의 시행착오가 그들의 인생에서 반복되었을까요? 잠언은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서 피부에 쌓인 지혜의 층을 한 겹 한 겹 벗겨 종이 위에 옮긴 것입니다.

잠언의 한 구절을 읽는데 2~3초면 됩니다. 그러나 그 구절을 직접 깨닫고 깨달음을 한 문장으로 옮기기까지 20~30년은 족히 걸렸을 것입니다. 구구절절 인생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질문했던 시간들과 그들이 지불해야 했던 대가는 상당했을 것입니다. 때로는 모래를 씹는 인생의 쓴 맛을 보기도 했을 겁니다. 진주같은 고백 한 구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모래를 씹었겠습니까?

잠언의 필자들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독자들을 자신들의 삶의 자리로 초청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매순간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한 분을 소개하고는 모든 지혜와 지식의 근본이 그분에 대한 경외감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거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잠 1:7)

경외감을 잃은 지혜는 근본 없는 지혜일 뿐입니다. 경외감을 잃어버린 지혜와 지식은 경박합니다. 그저 타인을 판단하고 정죄하며, 나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도구가 될 뿐입니다.

오늘날 세상이 시끄러운건 지혜나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외감을 잃었기 때문 아닐까요? 창조주에 대한 경외감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존경심 말입니다.

그런 경외감이나 존경심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잠언을 열심히 읽어서 지혜를 습득하려 한다면, 그건 연애를 책으로만 배우고, 유머를 책으로만 공부해서 획득하려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잠언은 지혜를 가르쳐 주기보다 지혜의 근본에 대해 가르쳐 주는 책입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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