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눈물로 뿌리는 씨앗
시편 126편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 126:5-6)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모습, 어딘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씨를 뿌리는 일이 울 일인가 생각해 봅니다. 다소 고된 노동이긴 하지만 그건 땀을 흘릴 일이지 눈물을 흘릴 일은 아닙니다. 씨앗 하나를 심더라도 열매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씨앗에는 미래에 대한 소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
가능성의 상징인 씨를 뿌리면서까지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것은 그저 씨 뿌리는 일이 고되다거나 힘들다는 얘기가 아닐 것입니다. ‘최악’과 ‘절망’, 이 두 단어 말고 그 눈물을 설명할 길이 있을까요? 아무리 씨를 뿌려본들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 시인은 얼마나 비참했으면 씨를 뿌리면서까지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요?
사람들은 아무런 희망도, 가능성도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그 농부를 보며 미련하다고 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그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 즉 곡식 단을 거둘 때에 경험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3포와 5포를 너머 7포와 9포를 지나 전포와 완포를 얘기하는 암울한 이 시대에, 전쟁의 위협과 기후위기, 인구절벽의 상황 속에서 우리가 그래도 뿌려야 하는 씨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아무도 뿌리려고 하지 않는 하찮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고, 뿌려봐도 소용이 없다고 이미 결론지어진 것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편 126편은 어느 시인이 부른 노래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이 부르고 계실 노래가 아닐까요? 이 시대를 향해 교회와 복음의 씨앗을 울면서 뿌리고 계실 농부 하나님의 이야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