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소망은 굳이 맥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시편 71편
시편을 읽으며 다소 당황스러운 부분은 탄식에서 찬양으로의 전환이 너무 급격하다는 것입니다. 깊은 탄식이 이어지다가 뜬금없는 찬양이 등장하고, 슬픔을 삼키다가도 기쁨의 노래가 갑자기 툭 튀어 나오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나는 항상 소망을 품고 주를 더욱더욱 찬송하리이다”(시 71:14)
다윗의 탄식기도에 맥락없이 등장하는 소망의 기도, 탄식하는 대목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소망의 노래는 도대체 어느 맥락에서 나온 것일까요? 그가 노래하는 소망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니, 아예 현실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윗에게 있어서 소망이란 현실의 조건들을 계산해서 획득할 수 있는 일종의 가능성이 아니었습니다. 승산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적으로 위로부터 내려오는 것, 전적으로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즉, 하나님으로부터만 비롯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늘 고만고만한 일의 반복입니다. 먹고 사는 일은 늘 숙제같고, 주변을 둘러보면 마냥 기뻐할 일보다 탄식할 일이 더 많은 게 사람살이인 듯합니다. 소망이 끼어들 맥락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시편을 따라 기도하며 그래도 소망을 노래해 봅니다.
“나는 항상 소망을 품고 주를 더욱더욱 찬송하리이다”
소망은 굳이 맥락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전적으로 밖으로부터 들어온 소망이 내 안에 새로운 맥락을 형성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