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시편 23편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고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시 23:1-2)
다윗은 정말 부족한 게 없었을까요? 다윗이 푸른 풀밭과 쉴 만한 물가라고 느낄만한 시절은 자기 인생에서 그다지 길지 않았습니다. 창창했던 젊은 시절 전부를 사울에게 쫓겨 도망자 신세로 살았습니다. 지명수배자가 되어서 전국을 떠돌아다니다 못해, 해외로 망명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 길이 없는 피곤한 인생이었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 치고, 그는 늙어서도 비슷한 인생을 삽니다. 아버지를 죽이겠다며 길길이 날뛰는 자기 아들, 압살롬을 피해 도망길에 올라야 했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셔도 그의 인생에는 해결되지 않고,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늘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부족함이 없다고 고백할 수 있었을까요? 부족감에 시달리며 더 채워달라고 떼를 쓰고 기도해도 모자를 인생인데, 뭐가 부족하지 않다는 말일까요?
저는 시편 23편의 첫 구절이 이렇게 읽힙니다. “여호와께서 나의 목자시니 내 형편이 좀 모자라도 괜찮습니다. 도망 다녀도 괜찮습니다. 아프고 슬퍼도 괜찮습니다. 고난과 고통,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죽도록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도 괜찮고 욕 좀 먹으면 어떻습니까? 그것들이 더 이상 내 인생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내 목자이시니 그거면 됐습니다.“
타인의 넉넉함을 부러워하지 않으며 나의 부족함마저도 내 삶의 일부라고 인정하는 힘, 그것은 하나님과의 친밀함에서 우러나오는 능력입니다. 인간은 처음부터 관계적인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가’보다 ‘누구와 얼마나 친밀한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소유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고, 오직 관계 속에서만 만족을 누리도록 하나님은 우리를 만들어 두셨습니다. 그래서 친밀감 속에서는 무얼 해도 만족스럽고, 거리감이 생기면 아무리 많이 소유해도 불만입니다. 가화만사성이라고 가정만 화목해도 모든 일이 다 형통하다는데, 하나님 아버지와의 관계가 화목하면 무엇이 문제가 될까요?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아무 것도 없는 사람처럼 살 수도 있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고후 6:10)로 살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과의 관계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