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야구야 고맙다”···아들·손자?3대에 걸쳐 행복 전해줘
큰며느리가 한달 전부터 기회가 되면 집에 놀러와서 야구하는 아이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해달라고 했다. 큰아들이 사는 아파트에는 요즈음 보기 드물게 어린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 큰며느리는 아이들이 매일 공터에 나와 자기들끼리 야구를 한다며 “시간이 되시면 한번 아이들을 위해 짧게라도 야구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지난 6월 2일 모처럼 시간이 되어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큰며느리 집에 놀러갔다. 무엇보다 학교에 다니는 손자가 오늘 할아버지 할머니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기뻐하며 집으로 달려왔다. 사랑스러운 손자가 언제 이야기했는지 동네 친구들과 형들에게 “오늘 할아버지가 오신다”며 “아파트 공터에서 야구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며느리와 손자 손을 잡고 아이들이 있는 공터에 갔더니 어린아이들이 “야~이만수 선수다. 아니야 이만수 감독이야” 하니깐 아이들 어머니들이 “애들아 이만수 선수가 뭐니…이만수 할아버지셔” 한다.
수십년 동안 야구장에서나 동네에서 친근하게 친구처럼 대했던 ‘이만수 선수’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지금도 여전히 “만수야” 라고 부를 때가 있다. 운동장에 나가면 여전히 많은 팬들이 아직도 나를 보면 “만수 바보~~~ , 만수 바보~~~” 라고 외친다.
큰며느리가 부탁하기를 동네아이 중에 유난히 야구 잘하는 아이가 있는데 정말 야구 잘하는지 한번 봐달라는 것이다. 같이 야구하면서 보았는데 솔직히 어린시절 나보다 더 야구를 잘하는 것 같다. 지금 야구를 시켜도 기존의 선수들에게 하나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량이 좋은 아이였다.
비록 아이들이 9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단 두 팀으로 나누어서 게임을 시작했다. 나는 심판을 보았다. 어린아이들이 양팀으로 나누어 경기할 때 부모님들도 똑같이 뒤에서 자기 아이들이 나올 때마다 소리 지르면서 응원하는데 ‘여기가 작은 잠실야구장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한길로 달려온 나의 야구인생이 이렇게 손자에게까지, 아니 손자의 친구들에게까지 기쁨과 행복을 선물해 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나의 인생에서 야구가 가져다 준 기쁨과 감사는 나 자신뿐 아니라 아들과 손주 3대에 거쳐 행복을 가져다주는 ‘메신저’가 된 것이다.
나와 손주가 이렇게 야구를 통해 행복을 누리듯이 손주와 같은 또래의 어린아이들도 엄마 아빠 손 잡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야구장을 찾아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