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매일 ‘제비’ 뽑는 인생
느헤미야 11장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루살렘에 거주하였고 그 남은 백성은 제비 뽑아 십분의 일은 거룩한 성 예루살렘에서 거주하게 하고 그 십분의 구는 다른 성읍에 거주하게 하였으며”(느 11:1)
하나님을 안믿는 사람들도 제비를 뽑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도 제비를 뽑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비신앙인들은 중대한 결정을 할 때는 제비를 뽑지 않습니다. 운에 맡겨도 되는 일에 한해서 제비를 뽑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공동체는 운에 맡겨서는 안되는 중요한 순간마다 제비를 뽑았습니다.
범죄자를 색출할 때도 제비를 뽑았고, 초대 왕을 선출할 때도 제비를 뽑았습니다. 가나안 땅도 제비 뽑아서 분배했고, 사도를 충원하는 일도 제비로 결정했습니다. 느헤미야 당시에는 사람들의 주거지를 제비 뽑았습니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비뽑기의 결과가 어떠하든지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신앙고백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한 신앙고백이 없다면 제비뽑기처럼 무모하고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가 제비뽑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측하고 계획한 대로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내 예상과 다른 결과를 늘 마주해야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마치 무엇이 적혀 있을지 모르는 제비를 하나씩 뽑아 드는 일과 모양새가 비슷합니다.
미래라는 것은 내 눈 앞에 다가와서 현실로 펼쳐질 때 비로소 내용 확인이 가능한 제비인 것입니다.
결혼이든, 취직이든, 입학이든, 퇴사든 결과를 다 알지 못한 채 내리는 결정들로 우리 삶은 가득하지 않습니까?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들은 대부분 예상 밖에서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제비를 뽑는 마음으로 삽니다. 오늘 하루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다 알지 못한채 오늘이라는 제비를 이미 뽑아 들었습니다.
그렇게 뽑은 제비가 섭리라는 큰 그림의 퍼즐 조각이라고 본다면 내 뜻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매순간의 단편들도 소중하게 여길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