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술을 마셔야 하는 직업
느헤미야 1장
“그 때에 내가 왕의 술 관원이 되었느니라”(느 1:11)
느헤미야의 직업과 관련하여 몇가지 묵상해볼 것들이 있습니다. 느헤미야는 소믈리에였습니다. 그냥 소믈리에가 아니라 왕을 위해 고용된 왕실 소믈리에입니다. 왕에게 술을 따를 뿐만 아니라, 왕에게 올릴 술을 관리하고 감독하며 감별하는 것이 그의 주된 업무였습니다. 왕이 술에 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술 관원으로 앉혔을까요? 왕의 술 관원이면 술에 관하여 최고의 전문가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왕의 술 관원이라는 말 자체가 사실은 아이러니한 것입니다. 술을 늘 가까이 해야 하지만 동시에 항상 술과 거리를 둬야 하는 것이 술 관원의 기본 태도입니다. 약간 알딸딸한 상태로 왕을 섬길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단 한 번의 실수로 목이 달아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가장 또렷한 정신으로 해야 하는 업무가 술을 입에 대는 일이라는 것에서 느헤미야가 어느 정도로 자기 관리와 자기 절제에 철저했던 사람인지를 조금 엿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묵상해볼 것은 유대인 느헤미야가 페르시아 왕실의 술 관원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바보같은 왕이 포로국 출신을 자기 최측근에 둘까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왕이 마실 술이 안전한지를 체크하는 것이 술 관원의 중요한 업무인데, 만의 하나라도 술 관원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왕은 죽는 것입니다. 즉, 왕의 목숨이 술 관원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왕은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을 술 관원으로 둡니다.
이 말은, 느헤미야가 페르시아 전체에서 왕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그의 평소 삶이 어땠길래, 페르시아 왕이 동족인 페르시아인보다 포로국 출신 느헤미야를 더 신뢰했을까요?
세 번째로 묵상해 볼 것은 느헤미야가 페르시아의 공직자였다는 사실입니다. 페르시아 궁중생활을 하면서 각종 제의적 의미가 담긴 행사, 의식, 예절, 관습, 음식 등을 피해갈 수 있었을까요?
하나님을 믿는 신앙과 부딪힐 수 밖에 없는 다른 가치관, 다른 신앙관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소양과 교양을 몸소 익히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곳에서 느헤미야가 신앙을 지키며 살았다는 것도 묵상해 볼만한 주제입니다. 그리스도인이 거룩하고 구별되게 사는 모습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