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하나님을 텐트에 모시다
역대상 16장
그 사람이 본래 어떤 사람인지 평소에는 잘 알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가 자신의 본색을 적당히 숨기고 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위기의 상황이 되면 사람의 본 모습이 드러나곤 합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맞딱뜨린 어려움 앞에서는 자신을 꾸미고 숨길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에 평소에 보지 못하던 내면의 얼굴이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본색을 가장 여실히 드러내는 순간이 또 있습니다. 힘을 가졌을 때입니다. 조그마한 권력이라도 쥐고 나면 사람이 달라집니다. 힘이나 돈을 가졌을 때 그가 무슨 일을 하는가를 보면 그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다윗이 왕이 되고 힘을 가지게 되었을 때 가장 처음 했던 일이 무엇이었을까요? 법궤를 모셔오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기럇여아림 아비나답의 집에 20년간 방치되어 있던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이동시키는 일을 가장 먼저 했습니다. 그가 평소에 마음에 품고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가 드러난 것입니다. 법궤를 모셔오는 일에 얼마나 진심이었으면 성전을 짓기도 전에 우선 법궤부터 옮기고 봤을까요?
“하나님의 궤를 메고 들어가서 다윗이 그것을 위하여 친 장막 가운데에 두고 번제와 화목제를 하나님께 드리니라”(역대상 16장 1절)
다윗의 장막은 그야말로 텐트였습니다. 모세의 성막과는 달랐습니다. 지성소도, 성소도, 휘장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그 장막에서 드려지는 예배를 기뻐하셨다는 것입니다. 다윗은 구약시대에 이미 제물과 형식이 아닌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가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성전이면 어떻고 장막이면 어떻고 궁궐이면 어떻고 초막이면 어떨까요. 모이면 어떻고 흩어지면 어떨까요. 주일이면 어떻고 평일이면 어떨까요. 화려하면 어떻고 허름하면 어떨까요. 잠깐이면 어떻고 하루 종일이면 어떨까요.
아무렇게나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좋은 것에 목숨 걸지 말자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좋은 것에 목숨 걸다가 정작 목숨 걸어야 할 일에 아무것도 걸게 없어지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윗의 장막은 솔로몬의 성전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예배의 처소였습니다. 그러나 인생 전체를 하나님께 걸었던 다윗의 삶은 그 자체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예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