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초보자’에게 보조를 맞추는 ‘대가’의 아량과 인격

지난 3월 별세한 바이올니스트 김남윤 한예종 교수. 그는 점심 식사도 아껴가며 학생 지도에 나서는 등 제자 사랑이 각별했던 스승으로 기억되고 있다.


역대상 25장

“그들과 모든 형제 곧 여호와 찬송하기를 배워 익숙한 자의 수효가 이백팔십팔 명이라 이 무리의 큰 자나 작은 자나 스승이나 제자를 막론하고 다같이 제비 뽑아 직임을 얻었으니”(대상 25:7-8)

어느 분야든 수준과 급을 나누어 사람들을 분류하고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나이 차이나 수준 차이가 너무 많이 나면 지식을 가르치는 것도 어렵고, 어떤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성별과 체급을 구분해서 경기를 진행하고 학교에서도 학년과 수준별로 반을 나누어 교육을 합니다.

그런데 다윗의 예배공동체는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큰 자와 작은 자, 스승과 제자의 이름을 나란히 놓고 제비를 뽑았습니다. 새번역 성경은 이 내용을 이렇게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주님을 찬양하는 법을 배운, 능숙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제비를 뽑아서 책임을 맡을 때에는, 대가나 초보자나, 스승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구별을 두지 않았다.”(역대상 25:7-8, 새번역)

초보자와 대가가 같이 찬양을 부르면 대가의 귀에 초보자가 얼마나 많이 거슬리겠습니까? 스승과 제자가 같이 연주를 하면 제자에게서 지적할 만한 부분이 선생님의 눈에 수도 없이 보이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에 있어서 능숙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초보자의 서툰 걸음마에 보조를 맞추어줄 수 있는 대가의 아량과 인격, 제자의 부족함을 메우는 스승의 여유, 이 예배공동체 안에서 더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초보자와 제자들의 겸손한 열망, 이러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요?

대가와 초보자를, 스승과 제자를 같이 제비 뽑아서 직무를 분배할 수 있었다는 것에서 다윗의 예배공동체가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예배를 섬기는 일에 능숙해지는 과정에는 반드시 인격의 성숙이 동반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면 능숙해질 뿐만 아니라 성숙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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