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역대기’…퍼즐 조각마다 새겨진 이름들

퍼즐


역대상 1장

“아담, 셋, 에노스, 게난, 마할랄렐, 야렛, 에녹, 므두셀라, 라멕, 노아, 셈, 함과 야벳은 조상들이라”(대상 1:1-4)

예전에는 TV에서 방영해주는 다큐멘터리 중에 해외로 입양되었던 사람이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자신의 친부모를 찾는 휴먼다큐멘터리를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수십년 전 아주 어릴 적의 단편적 기억 몇 개와 아버지 어머니 이름 석자, 갓난 애기 때의 빛바랜 사진, 그리고 자신이 원래 누구였는지에 대한 얼마 되지 않는 기록들을 가지고 자신의 친부모를 찾아가는 것이죠.

‘역대상’ 앞부분에 보면 족보가 굉장히 길게 등장합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이름들 하나하나가 사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그렇게 간절할 수 없는 이름들이었습니다. 친부모를 찾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친부모 이름 석자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역대기>는 바벨론 포로기 이후에 기록된 책입니다. 유다 민족이 바벨론에서 포로 생활을 한 기간이 70년입니다. 70년이면 포로생활의 시작을 경험한 1세대는 죽고, 대부분은 바벨론 땅에서 태어나서 자란 포로 2세대나 3세대였을 것입니다. 그 포로 2세대나 3세대들이 바벨론으로부터 예루살렘으로 귀환한 것입니다.

그들이 고국으로 귀환해서 가장 처음에 목격했던 장면은 무엇이었을까요?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예루살렘 성과 불에 탄 흔적만 남은 성전이었습니다. 게다가 고국에는 이방민족들이 제멋대로 자리를 잡고 마치 자기들의 땅인 양 주인노릇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고국이라고 돌아왔지만 선조들이 이 땅에서 살았다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고, 이곳이 내 고국이란 증거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여긴 어디이고 나는 누구일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요?

그런 상황에서 쓰여지고 읽혔던 책이 <역대기>입니다. 책 서두에 장장 아홉 장에 걸쳐 기록된 족보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느껴지시나요?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에게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유일한 증거자료와 같은 것입니다.

족보에는 역사의 오점을 남긴 사람도 있었고, 자랑스러운 이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름 말고는 알 길이 없는 사람도 있었고, 한번 보고 잊어버릴 이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 때 거기에, 하나님의 섭리 안에 꼭 있어야 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없어도 되겠다 싶은 사람도 없습니다. 모양과 무늬가 다를 뿐 반드시 필요한 퍼즐의 한 조각입니다.

저희들의 인생도 하나님의 역사의 큰 그림 안에서는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역대상의 족보의 이름들을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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