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우상이 된 전통을 깨뜨리다
열왕기하 18장
북이스라엘 역사에 가장 악한 왕으로 꼽히는 사람은 아합입니다. 그런데 북이스라엘에 아합이 있었다면 남유다에는 아하스가 있었습니다. 아하스 왕의 악행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인신제사입니다. 아하스는 자신의 아들들을 산채로 불에 태워서 우상에게 제사를 지냈습니다.
히스기야는 아하스의 아들입니다. 제물로 바쳐지지 않고 살아남은 아들인 것이죠. 그는 자기 형제들이 아버지에 의해서 불에 타죽는 것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을까요? 종교의 무서움에 치를 떨지 않았을까요?
종교란 그런 것입니다. 비인격적이고 비인륜적 행위도 종교라는 명분 속에서 정당성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중세 십자군전쟁도, 마녀사냥도, IS의 테러행위도, 독일 그리스도인연맹이 히틀러를 지지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히스기야는 왕이 되자 자기 아버지가 남긴 것들을 하나씩 청산하기 시작합니다. “그가 여러 산당들을 제거하며 주상을 깨뜨리며 아세라 목상을 찍으며 모세가 만들었던 놋뱀을 이스라엘 자손이 이때까지 향하여 분향하므로 그것을 부수고 느후스단이라 일컬었더라”(왕하 18:4)
히스기야는 산당과 아세라 목상을 제거합니다. 그런데 모세가 만든 놋뱀까지 우상들과 함께 없애버립니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방신을 버리는 것이야 납득할 만한 일인데 놋뱀은 모세가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만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적 유산이었고 신앙의 전통이었습니다. 히스기야는 모세가 만든 놋뱀을 부수고 그것을 느후스단, 즉 고철 덩어리라고 부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주신 것이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우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에도 유산과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서 기도가 주문으로, 예물이 뇌물로, 예배가 거래로, 말씀이 부적으로, 십자가가 드라빔으로, 목사가 영매로, 직분이 기득권으로, 교회 건물이 성전으로 여겨지고 있다면 그것 또한 느후스단이라 불릴 만하지 않을까요?
본질을 놓치면 우리는 우상을 숭배하면서 하나님을 섬긴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