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무엇이 갑절의 능력인가?

‘수넴 여자의 아들을 살리는 엘리사'(벤자민 웨스트, 1766년 작)


열왕기하 4장

“엘리사가 이르되 그러면 가루를 가져오라 하여 솥에 던지고 이르되 퍼다가 무리에게 주어 먹게 하라 하매 이에 솥 가운데 독이 없어지니라“(왕하 4:41)

엘리야가 승천하기 직전, 엘리사는 엘리야의 갑절이나 되는 능력을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엘리사는 엘리야보다 정말 갑절이나 되는 능력을 얻었을까요?

엘리사가 베푼 기적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엘리사는 끼니를 잇지 못하는 과부와 그 아들의 생활고 해결해줍니다. 그리고 불임 여성의 임신을 돕습니다. 수넴 여인의 죽은 아들을 살려주고, 수질을 개선해서 사람들이 마실 수 있도록 해주고, 누군가가 사람들이 먹을 국에다가 독을 타자 그것을 해독하기도 합니다. 흉년으로 인해 먹을 거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일도 하고, 이방인 나아만 장군의 나병을 고쳐줍니다. 제자가 도끼를 분실하자 도끼도 찾아주고, 전쟁을 걸어오는 아람 군대에게 음식을 대접하여 전쟁 없이 되돌려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엘리사가 행한 기적들입니다. 엘리야의 기적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갑절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 있을까요?

엘리야가 베푼 기적과 엘리사가 베푼 기적은 어딘가 결이 다른 느낌입니다. 엘리사에게는 이방 선지자 850명과 담판을 짓는 그런 드라마틱한 명장면이 없습니다. 스케일로 따지면 대부분이 엘리야보다 부족해 보이는 기적들입니다. 과연 엘리사는 엘리야보다 갑절이나 되는 능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큰 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엘리사가 베푼 기적 대부분은 사람들의 일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국가적 스케일이나 사회 전체를 뒤집어 놓을 만한 기적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전자를 작은 일, 후자를 큰 일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엘리사의 행적은 우리가 작다고 여기는 일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엘리사가 베푼 기적들은 엘리사를 돋보이게 할 만한 일들도 아니었습니다. 당시에 과부를 돕는 일이나 사람들이 마실 국을 해독하는 일은 누가 알아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엘리사는 능력을 사용한 결과 자신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타인이 살아나고 회복되는 것으로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은 갑질의 능력을 손에 넣고 싶어하는 곳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엘리사가 원했던 갑절의 능력을 나도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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