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자존심과 사명, 어디에 목숨 거시겠습니까?”
역대상 10장
“이와 같이 사울과 그의 세 아들과 그 온 집안이 함께 죽으니라”(역대상 10장6절)
역대기의 특징 중 하나가 다윗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사울 왕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나름대로 초대 왕인데, 사울 이야기는 딸랑 한 장이 전부입니다. 그것도 사울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단 한 줄도 나와있지 않습니다.
역대상 10장에서 사울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자마자 죽습니다. 그의 죽음이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이기보다, 다윗의 등장에 필요한 프롤로그의 일부로 언급되는 정도입니다. 왕으로 살았던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참 냉랭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생명이란 단 한 번의 기회입니다. 수명이 다하기 전에 사명으로 살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사울은 아무래도 그 기회를 놓쳤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에게도 생명이 주어졌습니다.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입니다.
성경에는 사울이라는 이름의 두 인생이 등장합니다. 구약의 사울과 신약의 사울입니다. 둘 다 목숨을 걸고 살았습니다. 사울 왕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데 목숨을 걸었고, 사도 바울은 사명을 지키는데 목숨을 걸었습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20:24)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실 때, 수명과 함께 사명을 주셨습니다. 생명의 가치는 수명의 문제가 아니라 사명의 문제입니다. ‘내 생명을 어디에다가 소진할 것인가?’ 이것이 인생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생명이 아깝지 않은 사명을 발견하는 것만큼 값진 일이 어디 있을까요?
생명을 아끼기만 하면 수명이야 조금 늘어날지 모르겠지만, 공허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인생은 단 한 번 주어지는 기회입니다. 인생이 구약의 사울 말고, 신약의 사울 같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