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야구대표팀의 ‘입과 귀’ 완벽 도우미 정치헌 골프프로
[아시아엔=이장형 베트남야구협회 지원단장] 지난 2월 24~26일 라오스에서 열린 DGB컵 동남아시아야구대회에 베트남야구국가대표팀을 선발하고 출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호찌민, 다낭, 하노이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 선수들의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21일 라오스로 출발하기 전까지 모든 선수가 함께 모여 합동훈련을 해 보지 못한 상황에서 라오스에 도착해서야 처음으로 합동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선수간 심리적 거리 또한 여전히 한 팀을 만드는데 큰 장애물이었다. 감독과 코치, 선수들 간의 언어소통 문제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1년 전 야구 불모지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야구 교본을 집필할 때가 떠오른다. 한글로 야구 교본을 집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고 야구 용어를 알지 못하는 번역가와 만나 베트남어로 한 페이지를 번역하는데도 꼬박 하루가 훌쩍 지나갈 정도였다.
또 훈련을 진행하거나 선발전을 하는 동안 박효철 감독의 언어를 정확하게 선수들에게 이해시키는데 직접 몸으로 기술을 익히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될 정도였다. 아무리 베테랑 통역가라고 하더라도 야구를 모른다면 운동장에서 박효철 감독의 야구 언어를 적시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번 대회 출전을 진행하면서 가장 고민한 대목이 바로 통역이었다. 야구경기에서 감독과 선수들 간의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매 순간 작전이 필요한 야구경기에서 단 한번의 싸인 미스가 경기를 망치기도 한다. 야구를 모르는 베트남 통역사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동안 바쁜 상황에서도 기꺼이 박효철 감독의 훈련에 나와 통역을 도와준 정치헌 골프 프로가 불현듯 떠오른 것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라오스 대회에 정치헌 프로가 없었다면 베트남 야구국가대표팀은 소중한 국제대회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왔을 것이다. 정치헌 골프 프로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골프 선수로 활약했고, 베트남에서 골프를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어릴 적 유학을 통해 영어를 익혔고, 베트남에 살면서 베트남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골프 프로다. 이번 대회를 위해 생업이 걸린 1주일간의 골프 레슨까지 포기하고 라오스 대회에 통역을 맡아 주었다.
개인적 친분과는 상관없이 그에게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베트남 야구국가대표팀을 도울 수 있다는 한 가지 이유가 그를 라오스로 향하게 했다. 골프와 야구가 공을 타격하기 위해 스윙을 해야 한다는 공통점은 물론 운동선수의 심리를 잘 꿰뚫고 통역을 넘어선 진정한 소통을 만들어 주었다. 오합지졸로 처음 모인 베트남 선수들에게 책임감과 애국심을 강조할 수 있었고,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에티켓과 태도에 대해 선수들이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정치헌 프로는 매일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팀미팅, 훈련, 시합, 개인 면담, 관계자 회의까지 영어와 베트남어 통역을 모두 소화했다. 힘들 법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며 한 국가의 대표팀과 함께 호흡할 수 있음에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는 하노이 한국국제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부하며 골프 강사로서 4년이 넘는 시간을 봉사했다. 학생들에게 진정한 골프의 매력을 가르치기 위해 베트남 골프대회에 학생들을 출전시키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스포츠를 통한 삶의 안목과 인성을 키우고 폭넓은 국제 경험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한국국제학교 골프부 창단에 힘을 쏟고 있다.
필자는 이번 라오스 DGB컵 대회를 마치고 베트남야구협회는 물론 야구를 하는 선수들이 야구에 대한 진정성을 갖게 된 것을 매일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동안 오랜 시간 베트남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결과가 하나씩 생겨나고 있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 순간을 만들기까지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 아마 그들이 없었다면 베트남 야구국가대표팀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정치헌 골프 프로의 활약은 단순한 통역가로서의 활동 수준을 넘어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또 앞으로 베트남 야구국가대표팀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방향성을 베트남 선수들과 협회 관계자에게 심어주는 소통 전문가로서의 눈부신 활약이었다. 다시 한번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