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함·긴장감”···베트남야구대표팀 선발 ‘현장 스케치’

이장형 필자, 박효철 베트남 야구국가대표 감독(오른쪽). 

[아시아엔=이장형 베트남야구협회 지원단장] 호찌민의 러시아워를 뚫고 긴장된 마음으로 지난해 내셔널컵 전국야구대회가 열렸던 11군 호찌민 스포츠 훈련 센터에 들어섰다. 이미 운동장에서 비장함이 엿보이는 호찌민에서 열심히 야구를 하는 12명의 상비군 선수와 이번 베트남 야구대표팀 정식 코치로 지명받은 융(Dung) 코치가 우리를 맞이했다. 지금 이 순간의 분위기를 ‘비장함, 긴장감’ 등의 다소 식상한 표현이 아닌 다른 멋진 표현을 사용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딱 이 두 단어에 모든 느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본 그들의 눈에는 최초의 정식 베트남 야구대표팀 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트라이아웃의 규칙과 선발 방법을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했다. 아직 수준이 높지 않은 베트남 야구를 고려했을 때 박효철 감독에게 며칠 전 받아든 평가표가 매우 자세하게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박효철 감독은 현재의 베트남 야구 선수의 수준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을 찾기 위한 내용까지도 세밀하게 평가에 반영하고자 했다.

베트남 야구의 동량들. 이들이 향후 베트남 야구 발전에 앞장설 것이다. 

긴장 속에 시작된 첫 평가는 60야드 달리기. 아마도 두 개의 베이스 간 거리를 뛰는 이 평가에서 귀중한 1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순발력을 알아보고자 했다. 그리고 이어진 주루플레이, 캐치볼, 펑고 수비 등의 평가를 보면서 박효철 감독이 평소에 가진 야구철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기본기와 야구 기술 하나하나의 의미를 선수들에게 설명하면서 과정과 평가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었다. “왜 이렇게 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은 선수들이 야구 기술 동작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이해하게 만들어 더 효과적으로 기술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향후 어떻게 야구를 연습해야 하는지의 방향을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땀 범벅이 된 박효철 감독의 얼굴에서 기본기가 부족한 베트남 선수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한 열정이 느껴진다.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도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야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베트남 선수들을 가르치고 싶어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아직은 공격력이 부족한 베트남 선수들에게 번트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정확한 타격을 할 수 있는 기본기를 설명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역사적인 첫 호찌민 트라이아웃이 모두 종료되었다. 베트남 대표팀 승선을 기대하는 선수들 표정을 보면서 이번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선수들을 미리 생각하며 마음이 아프다. 저렇게 갈망하는 그들에게 모두 기회를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섭씨 32도의 찌는 듯한 더위만큼이나 열정으로 가득 찼던 이 시간은 많은 시간이 지나 베트남 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것이다.

한국야구의 베트남 전파를 흥미롭게 생각하며 힘든 촬영을 마다하지 않는 코이 티비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좌충우돌 베트남 야구 성장 스토리가 훗날 큰 역사로 완성될 그 날을 떠올려 본다. 내일 더 큰 규모로 치러지는 하노이 트라이아웃을 기대하며 하노이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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