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육사야구팀의 ‘5대정신’···희생·배려·협동·인내·예의
2020년 6월 3일 정진경 육군사관학교장으로부터 야구부 총감독으로 위촉받은 지가 어느덧 4년이 되었다. 이때 나와 함께 했던 많은 생도들이 어느덧 육사를 졸업하고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장교들이 되었다. 지금도 이때 함께 했던 육군사관학교 학생들에게 연락이 온다.
베트남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권혁돈 감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감독님 혹시 돌아오는 5월 22일 수요일 시간이 되시는지요? 이날 HBC 유소년 야구팀과 육군사관학교 야구팀하고 경기를 합니다.”
2020년 육사 야구부 총감독으로 있을 때 주장을 맡고 있었던 한원준 주장이 어느새 장교가 되어 대한민국을 지키는 늠름한 장교가 되어 있다. 가끔 연락이 와 “감독님 시간 되시면 육군사관학교 후배들을 위해 재능기부 해달라”는 부탁을 여러 번 받았다.
한원준 선수 부탁도 있고, 또 내가 가장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권혁돈 감독도 보고싶은 마음에 선약했던 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울 태릉 ‘육군사관학교 야구장’으로 달려갔다. 육군사관학교는 신라 진흥왕 때 인재를 선발할 목적으로 만든 조직인 화랑정신을 이어받아 설립한 4년제 군사학교다. 대한민국에서 육군사관학교를 빼놓고는 군을 말할 수 없다.
KBO 육성위원으로 있을 때 철원 군부대로 재능기부 가서 알게 되었던 육사 학교장인 정진경 장군으로부터 부탁받아 육사 야구단 총감독으로 위촉을 받게 되었다. 당시 육사 야구팀을 이끌어 갈 감독은 권혁돈 감독과 한상훈 코치였다.
군대와 스포츠는 특히 야구는 명령에 의해 생과 사가 결정되는 유사점을 갖고 있다. 지휘관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군인과 감독의 싸인에 맞게 플레이 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여러모로 흡사한 점이 많다.
지휘관 명령에 불복종하면 전쟁에서는 패할 수밖에 없고 감독의 싸인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경기에 패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내가 희생해야 전우가 살고 팀이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종목 중 유일하게 희생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야구는 군인정신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 할 수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현재의 군대도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병사들에게 희생을 교육하고 이끌어 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0년 육사 생도들에게 야구를 지도하면서 패기 넘치는 젊은 생도들의 우렁찬 함성과 함께 야구 5대정신(희생, 배려, 협동, 인내, 예의)을 외치며 야구를 통한 배움을 시작했던 기억이 지금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다.
이날 정태영 장군이 직접 야구장까지 찾아와 함께 좋은 시간을 가졌다. 정태영 장군은 2020년 당시 대령으로 처음 야구단 창단 때 함께 했다. 2024년 정태영 교수는 준장으로 진급하여 육군사관학교 교수부장으로 임명됐다.
육군사관학교 야구선수 중에 전에 야구를 했던 선수가 두명 된다며 권혁돈 감독이 귀뜸해 주었다. 내가 놀라 두명이나 되느냐고며 물었더니 이들 선수들은 특기생이 아닌 일반 생도들 하고 똑 같이 시험을 쳐서 육사에 들어왔다고 정태영 장군이 말해 주었다. 이들 두 선수를 보며 야구인 선배로서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이들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야구를 통한 희생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교육한다면 군인에게 가장 숭고한 희생정신을 지닌 지휘관을 배출하게 될 것이다.
부하의 수류탄 투척 실수로 폭탄에 자신의 몸을 던진 살신성인 강재구 소령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 분의 희생정신을 본받고 그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는 멋진 군인들이 많이 배출되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