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모세, 이생에서의 마지막 말
신명기 1장
“이는 모세가 요단 저쪽 숩 맞은편의 아라바 광야 곧 바란과 도벨과 라반과 하세롯과 디사합 사이에서 이스라엘 무리에게 선포한 말씀이니라”(신 1:1)
사람이 호흡이 끊어지기 직전에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일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죽기 직전의 인간은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정신이 못됩니다. 그래서 꼭 남겨야 하거나 전해야 할 뜻은 정신이 또렷할 때 준비해 두는 것입니다.
신명기는 모세의 유언과 같은 설교입니다. 120이 된 할아버지가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하고는 비장한 각오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했을까요?
모세는 가장 부끄러운 이야기부터 꺼냅니다. 역사의 과오, 실수, 실패,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약 40년 전, 가데스 바네아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치명적인 잘못을 범했습니다. 그 일 때문에 가나안 땅을 코 앞에 두고 다시 광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40년 세월이 흐른 후 그들의 자녀들이 동일하게 가나안 땅을 코 앞에 두고 있습니다. 과거 역사가 또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요?
개인이든 국가든 떠올리기 싫은 끔찍한 기억이나 부끄러운 과거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스라엘에게는 가데스 바네아에서의 사건이 그랬습니다. 그런데 모세는 후회하고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똑똑히 기억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반성하고 회개합니다. 잘못을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용기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사는데 있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용기가 아닐까요?
모세는 자기 인생의 마지막 40년을 바쳤습니다. 그 정도면 지난 40년 동안 자신이 얼마나 수고했고 헌신했는지 자랑을 좀 한다고 해서 이해하지 못할 사람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명기에는 모세의 자기 자랑이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습니다.
공로 의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헌신을 인정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모세는 그저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와 같지 않기를, 하나님이 주신 율법을 잊어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