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자존심 버리는 일

“모세가 놋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다니 뱀에게 물린 자가 놋뱀을 쳐다본즉 모두 살더라”(민수기 21장 9절)


민수기 21장

“모세가 놋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다니 뱀에게 물린 자가 놋뱀을 쳐다본즉 모두 살더라”(민 21:9)

놋뱀을 쳐다본 사람은 살았지만 놋뱀을 안본 사람은 죽었습니다. 쳐다보기만 하면 살 것을 그걸 왜 안봤을까요? 그깟 구리조각 한번 올려다 보는 것이 그리도 어려웠을까요?

그런데 한 번 뒤틀리고 나면 다시 마음을 되돌리기가 산을 옮기는 것보다 힘들 때가 있습니다. 내 마음만큼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것도 없습니다. 한 번 하기 싫으면 죽어도 하기 싫어지는게 사람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심하게 다툰 후에 미안하다는 말 먼저 꺼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힘이 없어서 입이 안떨어지는게 아니라 마음이 없어서 입이 안떨어집니다.

“백성이 호르 산에서 출발하여 홍해 길을 따라 에돔 땅을 우회하려 하였다가 길로 말미암아 백성의 마음이 상하니라”(민 21:4)

이스라엘 백성들은 얼마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입니다. 그깟 놋뱀 쳐다보고 싶었을까요? 놋뱀을 쳐다본다는 것은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고스란히 인정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고개가 안돌아갔을 겁니다. 자존심이 상하니까 그 쉬운 고개 한 번 돌리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놋뱀을 쳐다본건 자존심을 내려놓기로 결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있다면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일 것입니다. 어떨 때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을 때도 있습니다. 설령 잘못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핑계와 변명거리는 밤새 이야기해도 모자랍니다. 억울한 감정은 죄인의 특징입니다.

신앙이란 믿음으로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십자가가 구원이라는 것을 믿고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이 신앙입니다. 자존심이 살아 있으면 십자가를 바라볼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옆 한 강도는 십자가 가장 가까이에 있었으면서 십자가를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신앙생활이고, 나는 항상 틀리고 하나님은 언제나 옳다는 것이 신앙고백입니다.

내가 경건병과 의인병에 걸렸다는 것, 중증이라는 것, 이 사실을 인정하는 깊이가 날마다 더 깊어지기를, 이 사실을 시인하는 속도가 날마다 더 빨라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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