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의 원리와 ‘흔들리며 배우는 진리’

히브리서 6장
“우리가 이 소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영혼의 닻 같아서 튼튼하고 견고하여 휘장 안에 들어가나니”(히 6:19)
닻은 배가 떠내려가는 것을 막아주지만 흔들리는 것은 막지 못합니다. 아니 도리어 흔들리게 두는 장치가 닻입니다. 흔들림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 닻이라는 것입니다.
신앙은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아닙니다. 감정이 출렁일 수 있고 의심이 폭풍처럼 휘몰아칠 수 있습니다. 좋은 신앙이란 닻을 믿고 마음껏 흔들릴 수 있는 용기입니다.
닻은 배를 완전히 고정하지 않습니다. 바람을 맞고 파도에 출렁일 만큼의 여유를 허락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감정이나 이성, 의지를 꽁꽁 묶어두고 통제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어쩌면 마음껏 흔들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은혜이자 특권 아닐까요? 닻에 매인 배만 흔들립니다. 매이지 않은 배는 어디론가 떠내려가 버리고 없습니다. 붙잡혀 있기 때문에 흔들림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바다 위에 잘 떠 있다는 것이고 침몰하지 않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닻은 하나님께 내려져 있습니다. 수면 아래 깊은 곳의 암반처럼 하나님은 그곳에서 우리가 내린 닻을 신실하게 붙들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그러므로 땅이 변하든지 산이 흔들려 바다 가운데에 빠지든지 바닷물이 솟아나고 뛰놀든지 그것이 넘침으로 산이 흔들릴지라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로다”(시편 46:1-3)
세상이 말하는 평안은 폭풍이 다 지나가고 난 이후에 찾아오는 고요함이지만 주님이 주시는 평안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않습니다. 폭풍 가운데서도 신기하게 평안합니다.
우리는 흔들리면서 하나님을 알아가고 배워갑니다. 흔들리지 않으면 나를 붙들고 있는 존재가 누군지 느낄 수가 없습니다. 영적 민감함이란 흔들림 속에서 닻의 존재감을 함께 느끼는 감각 아닐까요? 그래서 미숙한 신앙은 흔들림만 느끼지만 성숙한 신앙은 붙들림도 같이 느낍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이사야 41:10)
오늘도 우리의 영혼을 뒤흔드는 세상을 살며 흔들림 속에 붙들림을 배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