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박’ 박항서가 베트남에 남긴 두 단어 ‘신실’과 ‘겸손’
베트남 축구는 선수층이나 경기력·인프라에서 한국에 비해 열악했다. 해결사 박항서 감독을 베트남에선 ‘파파 박(Papa Park)’이라 불렀다. 그 별명처럼 아이를 키우는 애비의 심정으로 선수들을 가르치고 길렀다.
경기 전·후에 필요한 식이요법이나 운동방법 같은 기초 영역부터 세계 축구 흐름까지 씹어가며 어미새가 먹이 주듯 차근차근 가르쳤다. 5년여, 베트남대표팀 수준을 한단계 높인 것을 넘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쳤다.
박항서는 선수들은 물론, 축구 관계자들에게 자긍심과 책임감부터 가질 것을 주문했다. 드디어 선수들과 축구계 관계자들 체질이 변하기 시작했다.
당초 베트남 축구계는 ‘외국인 감독’에 부정적인 시각이었다. 앞서 독일·브라질·포르투갈 등 축구강국 지도자들에게 지휘봉을 맡긴 바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하게 성공을 거둔 사례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능력 있는 감독들’인지는 몰라도 ‘존경할 만한 스승’은 아니어서였을까? 그러나 파파박은 이들과는 달랐다.
정신 번쩍 들게 호통 치다가도 축구화만 벗으면 아버지처럼, 큰형처럼 살갑게 선수들을 대했다. 부상한 선수를 위해 비즈니스석을 양보하고, 팔을 걷어붙이고 선수들에게 직접 마사지까지 해줬다.
베트남 축구가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 감동의 장면이었다. “진심은 통한다”는 기본에 뿌리를 둔 박항서리더십이 먹힌 것이다.
베트남은 사회주의권이지만, 원래 유교국가로 프랑스의 식민지로 되기 직전까지 과거제가 남아있었다. 그만큼 스승과 제자 간 신뢰와 존경에 바탕을 뒀을 때, 스승이 선수를 제대로 훈육할 수 있었던 터다.
베트남 국영항공은 베트남 축구 역사를 다시 쓴 파파박을 위해 한국-베트남 노선 평생이용권을 선물했다. 베트남항공은 “축구대표팀을 이끈 박 감독이 보여준 헌신, 영광, 승리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