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제단인가? 바벨탑인가?
창세기 11장
“또 말하되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창 11:4)
창세기 11장과 12장에는 묘하게 대조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11장에는 사람들이 바벨탑을 쌓는 이야기가 나오고 12장에는 아브람이 제단을 쌓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들이 바벨탑을 만들었던 목적은 자신들의 이름을 내고 싶어서였습니다. 반면에 아브람이 제단을 쌓으며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거기서 벧엘 동쪽 산으로 옮겨 장막을 치니 서쪽은 벧엘이요 동쪽은 아이라 그가 그곳에서 여호와께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니”(창 12:8) 아브람은 여호와의 이름을 위해 제단을 쌓았습니다. 바벨탑과 제단, 그 둘의 차이는 바로 누구의 이름이 드러나는가에 있습니다. 자기 이름이 드러나면 바벨탑이고, 하나님의 이름이 드러나면 예배의 제단입니다.
신앙생활을 한다는건 바벨탑이 아니라 제단을 쌓는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단 모양의 바벨탑입니다. 생긴 모양은 제단인데 내용상 바벨탑인 것이죠. 신앙인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는 것만큼 좋은 명분이 어디 있을까요? 교회 다니는 사람 치고 하나님을 위하지 않는 사람 없습니다. 다 하나님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는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착각은 아닐까요?
착각하는 사람은 의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좋은 사람은 의심이 많습니다. 자신의 믿음이 착각은 아닌지를 끊임 없이 의심하는 사람이 건강한 믿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나는 나의 욕심과 이기심을 고상하게 포장해줄 포장지가 필요해서 하나님을 찾는 것은 아닌지 오늘도 반문해 봅니다.
내가 쌓고 있는 것은 예배의 제단일까요? 바벨탑일까요? 끝에 가서 누구의 이름이 불리는지를 보면 알게 되겠지요. 혹시 나도 모르게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이라면 더 이상 높이 올라가기 전에 빨리 무너지기를 기도합니다. 은혜의 제단은 내 공든 탑이 무너진 자리에서 시작되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