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감옥이 되어버린 도시

“가인은 안전지대를 꿈꾸며 에녹성을 쌓았지만 그곳은 여전히 위험지대였습니다. 가인이 만든 것은 성이었지만 그곳을 감옥이나 지옥으로 느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해결되었다고 생각한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습니다.”(본문 가운데) 사진은 송파쪽에서 바라본 서울 일부. 롯데타워와 남산 타워가 멀리 보인다.  


*잠깐묵상 | 창세기 4장

“가인이 성을 쌓고 그의 아들의 이름으로 성을 이름하여 에녹이라 하니라”(창 4:17)

동생을 죽인 가인은 불안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고 나니 나도 누군가의 손에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그의 가슴을 옥죄어 왔을 것입니다. 이 공포를 해결하기 위해 가인이 선택한 방법은 성을 쌓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줄 성, 안전하다고 검증된 사람들끼리 모여 살 수 있는 성을 만들었습니다. 성의 이름은 아들의 이름을 따서 에녹성이라 지었습니다.

에녹성 프로젝트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목축업이 발달해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예술도 발달해서 삶의 질이 윤택해졌을 뿐만 아니라, 철기문명의 선구자들 덕분에 최첨단의 기술력과 강력한 국방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구성원들의 행복과 안전을 보장해줄 인프라가 고루 갖추어진 사회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실상은 어땠을까요?

“나의 상처로 말미암아 내가 사람을 죽였고 나의 상함으로 말미암아 소년을 죽였도다”(창 4:23) 살해 위협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만든 성 안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가인은 안전지대를 꿈꾸며 에녹성을 쌓았지만 그곳은 여전히 위험지대였습니다. 가인이 만든 것은 성이었지만 그곳을 감옥이나 지옥으로 느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해결되었다고 생각한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습니다.

우리는 각자가 스스로 구축한 자신만의 성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내 안전과 행복과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만들어 둔 성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쌓은 성에 내가 갇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학문에 대한 뜨거운 열망으로 한 분야의 우물을 깊게 파고서는 그 우물 안의 개구리 꼴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자기방어기제와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은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아 갑니다. 기쁘고 자유롭기 위해 시작한 일에 중독이 되어버려서 자유는 커녕 금단현상에 시달립니다.

내게 득이 되는 사람들로만 구축한 인간관계가 나중에는 도리어 올무가 되기도 합니다. 자기 시야, 자기 해석, 자기 세계에 빠져서 허우적 거릴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결국엔 내가 나를 내 안에 가두어 버리는 것입니다.

나는 어떤 성을 쌓고 있을까요? 내가 쌓은 성은 정말 안전한지, 행복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쌓고 있는 성의 실체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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