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세상이란 전쟁터에서
창세기 14장
“당시에 시날 왕 아므라벨과 엘라살 왕 아리옥과 엘람 왕 그돌라오멜과 고밈 왕 디달이 소돔 왕 베라와 고모라 왕 비르사와 아드마 왕 시납과 스보임 왕 세메벨과 벨라 곧 소알 왕과 싸우니라”(창 14:1-2)
그돌라오멜에게 조공을 바치던 4개국이 배신을 하자, 그돌라오멜은 주변국들과 연합군을 만들어 배신한 4개국과 전쟁을 벌입니다.
4개국은 왜 그돌라오멜에게서 등을 돌렸을까요? 더 이상 을로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돌라오멜은 자신을 배신한 4개국을 상대로 왜 전쟁을 벌였을까요? 계속 갑으로 남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사소한 다툼부터 집단과 조직의 갈등, 국가간의 전쟁까지 사람들이 혈투를 벌이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내가 상대보다 우위에 있길 원하고, 내가 입은 손해를 견딜 수 없고, 내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역사 이래로 지구상에 전쟁이 없는 날이 거의 없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단 하루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토록 우리 삶에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 아닐까요? 인간의 자기중심성이야말로 모든 갈등의 발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창세기 14장에는 ‘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남’이 중요해서 전쟁에 뛰어든 사람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아브람이 그의 조카가 사로잡혔음을 듣고 집에서 길리고 훈련된 자 삼백십팔 명을 거느리고 단까지 쫓아가서”(창 14:14)
국가들의 전쟁에 개인이 뛰어드는 일은 자살행위입니다. 아브람은 자신이 입을 막대한 피해와 손해를 각오한 것입니다. ‘내’가 중요해서 전쟁을 시작한 여러 왕들과 사뭇 다릅니다. 아브람은 전쟁에서 이겨서 승자가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전쟁에 휩쓸려 희생 당할지도 모르는 한 사람을 구출하러 전쟁에 뛰어든 것입니다.
우리도 세상이란 전쟁터에서 매일을 치열하게 삽니다. 내 입지를 굳히기 위해, 을이 아니라 갑이 되기 위해,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 삶의 현장 곳곳이 전쟁터를 방불케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아브람과 같은 동기와 태도로 치르는 전쟁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전쟁의 본질은 나 자신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입니다. 손해를 감내할 비장한 각오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나를 쓰러뜨리는 싸움입니다.